매일신문

[세종시 통신] 음식으로 사람 모으기

복어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구미의 한 식당이 세종시 인근에도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이 식당은 얼큰하면서도 새콤한 맛 때문에 대구경북 주당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명소가 됐다.

먼 길이었지만 물어물어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 즐거웠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종업원은 "여기 매운탕은 새콤하다"고 했다. "우리 식당 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상했다고 말하곤 한다"는 이유로 미리 '새콤하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먼 길을 달려온 기자에겐 불필요한 설명이었지만, 오해하는 초짜(?) 손님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주인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익숙지 않은 맛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발품도 마다하지 않는 그리운 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는 세종시가 음식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하고 있다. 인구 80만 명을 꿈꾸는 세종시는 정부 청사 이전이 완료됐음에도 인구가 20만 명에 불과하다. 경기가 둔화한 데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흡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에서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게 요식업 발전이다.

세종시는 올해 거액을 쏟아부어 2천569개 음식점의 문화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음식점 자생력 및 시설개선 지원, 20년 이상 된 음식점 발굴'육성, 전통시장 내 깨끗한 음식점 만들기 등 신선한 시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세종시 주민들은 여전히 마땅히 사먹을 게 없다고 한목소리다. 그리워 다시 찾는 맛을 내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각지에서 모인 식객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평준'규격화된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 음식점만 즐비하다 보니 생긴 풍속도다.

그런 면에서 대구는 복받은 동네이다. 음식점이 즐비한 들안길에서부터 국민 음식 국수(국시)의 천국이다. 6·25전쟁 당시 다양한 입맛을 지닌 피란민들이 곳곳에 숨겨 놓은 '그리운 맛'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재현하고 보니 현존하는 최고의 웰빙음식들'이라는 극찬을 받은 '음식디미방'은 뿌리 깊은 지역의 전통 음식문화를 뽐낸다.

이제는 '먹을 게 없어서 대구에 가기 싫다'는 이들도 주변에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대구 10미(味)를 차례로 맞본 국무총리실 출입 기자들이 서슴지 않고 치켜든 엄지손가락들은 이를 대변한다.

요즘 먹방이 대세다. 한번 '뜬' 음식점은 전국에서 모여든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은 성공한 치맥페스티벌의 후속작으로 막창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따로국밥, 찜갈비, 닭똥집, 소재는 어느 것이든 좋다. 그 맛이 그리워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구를 다시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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