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울원전 근무하는 장기홍·이슬 씨, 울진아동센터 '행복한 교실' 봉사

울진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변신한 한울원전 공사관리팀 장기홍(사진 왼쪽)
울진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변신한 한울원전 공사관리팀 장기홍(사진 왼쪽)'이슬 씨.

"아이들과 함께 울진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울진지역아동센터(울진군 울진읍)에는 중학교 2, 3학년들을 위한 깜짝 과외교실이 열린다. 수학'영어 등 그 나이 때 애들이 가장 힘들어할 과목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자리다. 교실이라고 해서 딱딱한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 4, 5명이 모여 수다도 떨고 음악 동영상도 감상하는 동아리 모임에 가깝다. 아이들보다 겨우 10살 남짓 많은 선생님도 금세 어울려 놀이 삼매경에 빠져든다. 영어 단어를 가지고 연극을 하거나, 어려운 수학 기호를 이용한 퀴즈 대회 등 공부시간은 어느덧 즐거운 놀이로 변하고 만다. 한울원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행복한 교실'의 풍경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공부와 즐겁게 친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지켜보며 조금씩 도움을 주는 정도죠."

장기홍(27'한울원전 공사관리팀) 씨는 수학 선생이다. 입사 첫해부터 봉사를 시작해 이제 3년이 됐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태어나 처음 찾은 울진에서 좀 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 씨는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저녁마다 술이나 마시고 노는 것보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자처했다"면서 "처음에는 그저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어울리고 놀면서 오히려 힘든 외지생활을 버티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행복한 교실'은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특별히 모임을 결성하지 않았다. '러브펀드'(한울원전 직원들의 성금 펀드)의 지원을 받지만, 아이들 참고서며 간식 등을 사갈 때면 봉사자가 돈을 써야 할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매번 8, 9명의 지원자가 모일 정도로 한울원전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모임 중 하나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연애상담과 진로 고민 등 사춘기 아이들의 멘토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행복한 교실'에서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이슬(26'한울원전 공사관리팀) 씨는 "아이들과 SNS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일상생활에서도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일이 있어 하루 정도 못 가는 날이면 왜 오지 않았느냐고 걱정하는 아이들을 보며 늘 감동한다"면서 "울진은 과외는커녕 학원도 많지 않다. 우리의 조그만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학업에 소외받지 않고 공부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봉사자들은 단순한 공부 지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문화 소외지역인 울진의 아이들을 위한 작은 여행이 이들의 바람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큰언니'오빠처럼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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