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서부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안모(48)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다. 지난 7년간 삶의 터전이 됐던 가게를 당장 다음 달이면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안 씨에게 이 가게는 집이자 직장이었다. 가게에서 먹고 자며 매달 15만원가량을 벌었고, 4만원은 월세로 내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서부시장에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사업이 진행되며 상황이 돌변했다. 특화거리 구간이 확장되면서 안 씨도 거리로 내몰릴 처지가 된 탓이다. 가게를 비워주지 않으려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내야 하지만 안 씨의 형편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안 씨는 "당장 다음 달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낙후된 서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특화거리'가 확장되면서 영세 세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특화거리 조성과 함께 임대료가 최대 5배 오르고, 없던 보증금도 생기는 탓이다.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2차 사업 대상 구간에서 장사를 하는 세입자 가게는 23곳이다. 이 가운데 13곳은 이미 시장을 떠났고, 10곳만 남았다. 대부분 의류봉제나 식당, 이불집 등 영세한 점포들이다. 이들은 보증금 없이 매달 4만~10만원의 월세를 내며 평균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서구청은 2차 사업 추진 조건으로 '건물주 및 상인의 90% 이상 동의', '점포 한 칸(20㎡) 당 임대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을 내걸었다. 한 세입자는 "이곳 상인들 중에 점포 한 칸에 월세 20만원을 내면서 장사할 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세입자 23명이 반대 서명을 해 구청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특화거리는 결국 건물주 배만 불려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입자들을 위한 이주 대책도 전무한 상태다. 서구청은 건물주들에게 세입자의 이주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건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뜩이나 보증금도 없이 싼 월세를 받았는데 이주비까지 줄 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세입자 문제는 건물주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구청에서 관여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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