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특별기획 이지현展

수천 쪽 책 낱장 해체-재생…현실 경험과 기억의 재해석

봉산문화회관에서 특별 초대전을 갖는 이지현 작가의
봉산문화회관에서 특별 초대전을 갖는 이지현 작가의 'dreaming book-바다'

봉산문화회관이 공모시리즈 '유리상자- 아트스타' 10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서양화가 이지현 작가를 초대했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4면이 유리 벽면으로 이뤄져 있는 전시공간 '유리상자'는 실험정신을 지닌 작가의 작품 전시로 시민들의 예술향유 기회 확대는 물론 열정적인 예술가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날카로운 도구로 책을 뜯어 바다와 배, 물고기, 섬, 파도의 이미지를 유리상자 공간에 연출한 이번 이지현 작가의 특별 초대전 설치작품 제목은 'dreaming book-바다'이다. 수천 쪽에 이르는 책의 낱장 표면을 일일이 잘게 뜯어내 해체하고, 뜯어낸 책 조각을 다시 붙여 원래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한 작품은 책을 해체하는 신체행위를 통해 작가 자신의 생각과 현실 경험, 기억들을 시각화한 것이다.

5m 높이의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길이 300×폭 85×높이 60㎝ 정도의 길쭉한 형태의 종이 재질 덩어리와 그 밑에 매달려 엉긴 2개의 덩어리, 그리고 36㎡ 면적의 바닥에 한쪽 방향으로 펼쳐진 종이 이음들은 뭔가 결전을 치르는 해체적 행위 이후의 상태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거칠게 해체, 재생하면서 드러난 상처와 기억, 사실적인 존재감이 읽히며 인간의 눈으로는 읽기 어려운 인류 역사의 기억을 새긴 기념비를 분쇄하듯 한 사건 현장 같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길쭉한 덩어리는 해체된 인문학 책의 낱장으로 공작한 작가의 '배'이며, 바닥에 놓인 책 낱장의 이음은 '바다'"라며 "읽을 수 없는 '글자'로서의 '책', 부유하는 촉각적 질료의 '물질'로 제시한 이 책은 원래의 책과는 다른 모호한 정체성을 지닌 채 '왜?'라고 작가의 행위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17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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