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마디로 참 재미있다. 저자의 생각이 '옳다' '틀리다'를 떠나서 분명히 매력적인 책이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 내 감정을 저자는 어떻게 족집게처럼 뽑아서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것인지 읽는 내내 흥미롭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간 중간 나의 의견과 반대되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책과는 뭔가 다른 신선한 사유의 접근이 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분석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물질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프레임에 맞닥뜨리게 된다. 돈에 굴복하고 물질에 삼켜지고 결국은 물질로 오염되어 버리는 우리의 감정과 삶의 선택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어내게 된다. 감정은 없애고 싶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억눌린 감정은 결국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들기에 감정을 살피고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문학 비평서와 심리 서적을 동시에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인 저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간의 사건과 갈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이를 분석하여 보는 재미도 있고, 누군가의 내밀한 감정을 엿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묘한 재미도 있다.
사실 이성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감정이라는 것은 적당히 누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다 표현하고 사느냐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화를 내는 것도 뒷감당이 힘들어서 피하고 싶고,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무관심하고 무심한 척 억누르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이 있는지 반문하는 것 같다. 내가 내 감정의 온전한 주인이 될 때, 나를 누르는 권위나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나는 내 인생의 주변인이 아니라 온전한 주인공이 되어 삶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대목도 더러 있다. 우리가 가장 고귀하게 여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각해 보자.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기쁨을 느낀다면 그와 함께 하는 방법들을 삶에서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결혼과 같은 것.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사랑의 감정이 미움이나 당황으로 바뀐다면 자신의 감정에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또다시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별거이든 이혼이든. 이렇듯 저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강권(?)한다. 하지만 조금 바꿔 생각해 보면, 그만큼 우리네 감정이 많이 억눌려 있기 때문에 그 수많은 프레임을 깨뜨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는 자신을 더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며, 우리네 삶은 더 자유롭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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