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국은 중국의 호구로 전락할 것인가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달라졌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 유치를 위해 애걸복걸하던 중국이 어느 날부터 한국은 안중에 없다는 듯한 오만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20여 년 전에 한국의 조선 관련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확보한 기술로 초기에는 벌크선 등 저가선박을 제조하더니, 최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유조선, 그리고 해양 플랜트 분야로 진출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세계 1위 조선 제조국가 자리를 탈취해 갔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제1차 타깃은 한국의 현대자동차라고 한다. 중국의 넓은 시장을 미끼로 한국 자동차 부품 1, 2차 벤더로부터 고급 기술을 합작이나 투자 형식으로 중국에 유치함으로써,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중국 자동차회사와의 기술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런 속도로 현대자동차 관련 협력기업들의 기술 유출이 계속 진행될 경우 5년 이내에 현대자동차가 중국 자동차 기업에 가격대비 품질면에서 역전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중국 전자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10여 년 전 철강 관련 인력을 무차별적으로 스카우트했었던 중국이 이제는 한국인 전자 관련 고급 기술인력을 3~10배의 임금을 지불하고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우위에 서면 한국의 제조업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중국 내륙의 광활한 미개발 지역과 저렴한 인건비에 괜찮은 인력들이 널려 있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 하청 공장을 건설하여 중국 자체에서 조달하려고 하지, 한국에 하청을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세계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독일 주위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같은 저임금 국가에 기술투자나 공장을 설립하지 않는다. 이는 자국의 제조기술을 보호할 목적과, 여타 유럽 국가들을 시장으로서만 공략하지 기술 유출에 대한 철저한 봉쇄를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어떤가. 중국이 한국보다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중국 투자와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단순 임가공부터 섬유, 주얼리, 장난감, 안경, 신발,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PC & 온라인 게임, 전자 등 전 산업 부문에서 기술을 빼앗겼다. 더욱이 중국 시장도 중국 기업들에 선점당했으며, 역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켜 한국의 수출이 극감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최근에 발효된 한중 FTA는 겉으로는 많은 품목에 대해 무역관세를 없애면서, 내부적으로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각종 인허가, 수출입통제, 위생, 지식재산권, 기술표준, 정보 보조금(최근 LG화학과 삼성SDI 사례) 등으로 교묘한 비관세 장벽을 만들어 한국 상품의 중국 내 수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제조업 기반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디지털융합에 기반한 제4차 산업혁명과 지식기반 산업구조로의 혁신적인 변화가 이행돼야 된다. 근시안적인 금리 인하 정책에 역량을 소모하고 있는 정부와 당선에만 골몰하는 국회는 그냥 그대로 놔두고, 민간 부문에서라도 죽기 살기 각오로 중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중국의 넓은 시장에만 현혹되어서 그동안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중국 기업에 계속 빼앗길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유럽과 미주, 그리고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백지상태에서 시장 개척을 해야만 한국 기업들에 한 가닥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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