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나눔과 배려 그리고 건강

우리는 건강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또한 열심히 공부한다. 우리 가족들에게도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우리가 아닌 타인들은 어떠한가. 그들도 우리와 꼭 같이 행복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

나는 뇌와 척추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신경외과 의사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환자의 뇌와 척추 수술을 해왔다. 수술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마취제이다. 이제까지 마취제로 흔히 쓰이던 물질은 모르핀(morphine)이었다. 이는 양귀비에서 얻은 아편 속에서 진통 효과 물질을 추출한 것이다. 모르핀에는 장기 투여 시 중독되는 무서운 부작용이 숨어 있다. 그래서 현재는 말기암 환자들에게만 부분적으로 투여가 허용되고 있다. 1975년, 코스테리츠라는 학자는 이 모르핀보다 통증 완화가 수백 배나 강한 물질을 찾아내었다. 이것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인체 내에서 무한하게 생성될 수 있는 엔돌핀(endorphine)이라는 물질이다.

엔돌핀은 특히 웃을 때, 그리고 남을 도와주어 행복을 느낄 때에 가장 많이 분비가 된다고 한다. 하버드대에서는 이것을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것으로 입증한 바 있다. 타인을 사랑하고 도와줄 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엔돌핀이 정상치의 세 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넘치게 되어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행복할 때 우리 몸 스스로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있다.

우리가 건강하고 부유하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한다. 그런데 건강과 부, 권력으로 타인에게 부러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존경받을 수는 없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나눔이 더해질 때 비로소 존경과 행복의 충분조건이 완성된다. 이때 행복 신경전달 물질인 엔돌핀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이런 행복 물질은 우리들의 신체 면역력을 수십 배 증가시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무한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대구의 2014년 연말은 다른 겨울보다 엔돌핀이 부족한 추운 겨울이었다. 공동모금회에서 대구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랑의 온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교육과 문화의 도시이자 신의와 명예의 도시인 우리 대구, 과거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지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사랑의 온도탑이 겨우 80℃ 부근에 머물러 우리 모두 자존심 상하고 매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2015년은 달랐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전해준 청소부 할머니의 쌈짓돈,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탄생시킨 착한골목, 올해도 변함없이 찾아온 키다리 아저씨, 1억원 이상을 기부한 7명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꺼이 함께해 준 500여 개의 지역의 중소기업들, 그리고 수만 명의 우리 시민들…. 모두 한마음으로 사랑을 베풀어 주셨기에 올해 대구의 모금액은 사랑의 온도 101.5도로 뜨겁게 끓어오를 수 있었다.

엔돌핀과 세로토닌의 행복 물질 효과는 대구시청, 각 구청, 상공회의소, 대구은행, 한국감정원과 한국가스공사, 언론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구성원들과 저희 사랑의 열매 직원들, 지원을 받는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번져나가 따뜻하고 행복한 대구를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행복 물질의 가장 큰 효과를 받은 분들은 나눔을 직접 실천해 주신 대구시민 여러분이시다. 희망2016나눔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사랑과 나눔을 직접 실천해주신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건강하고 행복한 새봄 맞으시길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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