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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녀를 공무원 만들고 싶어하는 사회, 미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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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 3명 중 1명은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난과 고용 불안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만큼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길 원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씁쓰레한 결과다.

인구보건협회가 2일 20~50대 기혼 남녀 1천33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의 미래 직업을 물어보니, 공무원(37.2%)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의료인(16.5%), 교사 (14.8%), 법조인(7.5%), 연예인(3.8%), 운동선수(2.3%) 순이었다. '아이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114명이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의료인, 교사 등은 안정적 수입과 정년 보장이라는 장점이 돋보이는 최고의 일자리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을 지켜본 부모들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자녀를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신양명을 하려면 관직 말고는 다른 길이 없던 조선시대도 아닌데, 너도나도 공무원을 하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과학자, 기업가, 예술인 같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대구의 남자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그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한 케이블방송이 서울의 초'중'고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공무원과 건물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국인은 역동성과 끈기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안정 지향적인 생활 태도와 직업만 선호하는 국민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전진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도전하는 젊은이,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를 북돋워주고 키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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