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행사에 참석했다. 식순 중에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연설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남학생이 단상에 올라서 잘못된 리더십의 일례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을 지적했다. 명예욕으로 지도자가 되려는 자는 트럼프처럼 무분별한 막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공적 행사장에서 고등학생이 트럼프의 허황된 막말을 저격했고, 청중들은 웃음으로 그에게 동조의 박수를 보냈다.
요즘 미국에서 모임의 화젯거리는 트럼프의 막말이다. 매스컴과 정치인은 물론 온 국민은 기상천외한 공약을 쏟아내는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뱉은 말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는 당분간 그런 말들 속에서 줄타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사실 그의 막말이 없었다면 오늘날 공화당 후보의 선두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그의 출현은 그저 선거철의 재미난 기삿거리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선 후보도 보여주지 않은 원색적인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며, 지금은 그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만들어 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는 놀라운 소통 전략가이다. 그는 전형적인 정치인들의 공약에 신물이 난 성난 민중들의 마음을 읽고, 교양 있는 말투 대신 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통속적인 언어를 선택해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시원스럽게 들려준다. 그러나 그의 공약에서는 실현 가능성이나 사회적 가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그러기에 이제 미국은 자신이 공화당 후보가 되지 않으면 민중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언하는 이 위험스러운 후보의 지지율을 지켜보며, 미국의 대통령이자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미국 대선을 위한 대책 강구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 한국도 국회의원 선거로 말들의 전쟁이 뜨겁다.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지역의 환경과 자신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트럼프처럼 던지고 보자는 식의 공허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막말 공세를 퍼붓는다. 특히 입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의 출신 지역이나 정치적 계파를 과시하며 자신의 역량을 높이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에, 여당에서는 '친박', '비박', '진박' 야당에서는 '친노', '비노' 등 어느 대통령을 중심으로 갈라놓기를 조장하는 말들이 있다. 이런 용어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의 부끄러움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표이다. 역사적으로 당파 싸움 탓에 얼마나 많은 통탄할 시련을 겪었는가?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중심에 놓고 이런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것을 만드는 언론이나 이 호칭을 당연시하면서 받아들이고 있는 대통령이나 정치인이나 이것을 사용하는 국민 모두 자성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런 호칭에 대해 경계하며 자기의 품에 안겨진 모든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하나임을 강조하며 도닥거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호칭이 붙은 정치인들은 이 인상을 지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가 하는 모든 언행을 국민을 위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자기 한솥밥 식구 챙기는 이기적인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철 입후보자들의 말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철 반짝거리는 솔깃한 말로는 부족하다. 검증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한 화려한 입담보다 어쩌면 그들이 걸어온 지난 삶들과 지금의 소신 있는 행동이 진정한 리더들을 찾아낼 수 있는 더 정확한 잣대가 될 수 있다. 말보다 행동이 강한 리더들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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