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았다. 어린 생명 등 300명이 넘는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탐욕과 비리 등 온갖 부조리가 만들어 낸 비극이다. 비극의 도화선이 된 부패한 공직 사회와 무능한 정부를 향해 뼈저린 반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교훈이 큰 사건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세월호 비극을 디딤돌 삼아 과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를 되묻는다면 자신이 없다.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고 안전 불감증은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들이 마치 지뢰밭처럼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 있다. 투명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갈망만 컸지 안전에 대한 의식 변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일례로 붕괴 위기에 놓인 칠곡 대교초등학교의 부실 옹벽은 안전을 깡그리 무시한 안전 불감증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민안전처 점검단이 최근 정밀 안전 진단을 실시한 결과 안전 등급이 최하위였다. 교육 당국이 3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새로 쌓기로 결정했지만 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많은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학교 담벼락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학교에서도 소규모 수학여행이 자리를 잡고 수상 안전 교육, 심폐소생술 교육 등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여전히 미흡하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지 않고 지금처럼 눈으로 접하는 매뉴얼 수준에 그친다면 긴급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 안전 교육 평가도 현장 점검 없이 보고서로 대체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반복 훈련으로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머리로 하는 교육과 점검에서 실효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혁신'이다. 지금까지의 적폐와 잘못된 관행, 안이한 의식은 싹 도려내고 매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소리다.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고를 막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성찰을 멈춰서는 안 된다. 만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를 무시하고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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