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함민복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문학,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줄 시로, 격(激)한 성명(聲明)으로, 스크린으로 세월호는 되살아났고 한 소절 멜로디, 한 폭의 캔버스에서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애도에 장르의 구분이 없고 추모에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듯 각계 예술인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펜과 붓을 들었다. 세월호를 다룬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진상 규명 외침'
▷'업사이드 다운'=다큐를 공부하던 재미교포 김동빈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 과정을 지켜보며 상식과 보편 개념에 혼돈을 느낀 김 감독이 '사람이 아닌 돈이 중심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상처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했다. 영화는 자녀를 잃은 네 아버지의 이야기를 묵묵히 따라가며 전문가 16인의 시선을 담았다. 14일 개봉.
▷'다이빙 벨'='업사이드 다운'이 세월호 참사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면 이 영화는 이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해직됐다가 최근 MBC에 복귀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용 다큐멘터리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사상 최대 구조작전' '178명 잠수 인력 동원' 등으로 소란했던 언론 보도와는 달리 현장에서 무능했던 정부의 재난 체계를 '다이빙 벨'이라는 잠수 장비를 통해 고발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상영불가 소동,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 거부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5만 관객을 동원했다. 태국 살라야 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나쁜 나라'=이 영화는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목격'하는 것이라는 관람객의 관람평만큼 세월호 사태에 무능했던 정부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참사 당시 각종 기록을 담당했던 시민기록위원회가 제작하고 김진열 씨가 책임 연출을 맡았다. 참사 이후 모질고도 잔혹한 1년을 견뎌야 했던 유가족들의 투쟁 과정을 담았다. 열악한 상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체 관람, 대관 상영을 통해 독립영화 흥행 고지라는 3만 명을 돌파했다. 작년 3월 개봉.
▷'편지'=짧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기는 단편영화로도 세월호 비극을 감상할 수 있다. 홍인표 감독의 '편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좌절 속에 빠져 있는 가족의 슬픔을 그렸다. 딸이 떠난 후에도 아침밥을 챙기던 엄마는 결국 욕조에 몸을 누이고 상심에 빠져 있던 아버지도 세월호 리본을 이어 자신의 목을 죈다. 네이버캐스트, 유튜브 시청 가능.
▷'목욕' (The insult)=카메라 앞에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척하지만 뒤에선 유가족을 적대시하는 장관의 이중적인 태도를 그렸다. 정작 자신이 사우나에 갇히게 되자 '뜨거워서 죽겠다'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포인트다. 이정환 감독 작품으로 네이버캐스트에서 볼 수 있다.
◆한 줄 시로, 소설로 추모집으로…
▷'잊지 않겠습니다'(416가족협의회/그림 박재동/한겨레 출판)=한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세월호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를 새로 편집해 엮은 책이다. 아이들이 극한의 순간 속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한 내용과 긴박하게 오갔던 문자 메시지를 생생하게 옮겨 놓았다. 학생 114명과 교사 2명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심상대 노경심 등 15인/예옥)=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심상대 등 작가 15인이 공동으로 펴낸 소설집이다. 문단의 중진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슬비야, 비가 온다' '누가 내 나무를 어디로 옮겨 심었는가?' '국가와 국민과 그 밖의 존재들' 등 작품을 수록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그림 김보통/창비)=시민기록위 기록단이 2014년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희생자 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희생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유가족들이 느끼는 분노, 무력감, 트라우마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내릴 수 없는 배'(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경제학자인 저자가 '재난 자본주의 한국'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작품이다. 일본이 쓰다 버린 중고 배를 타게 된 과정, 여객선 수학여행을 권장한 교육청 등 고질적 문제점을 파헤쳤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