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설탕, 그 달콤한 유혹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설탕 등 당분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3.3%에서 2013년 14.7%로 증가했을 정도로 이미 우리는 권고량 이상의 많은 당분을 섭취하고 있다. 

인류는 언제부터 설탕을 먹기 시작했을까? 시작은 기원전까지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부터 사탕수수가 남태평양 섬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해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전해졌고, 인도 굽타 왕조는 사탕수수로부터 설탕 결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당나라를 통하여 처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설탕은 부자나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1920년대 설탕공장이 건립되면서 설탕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이제는 너무 많은 설탕을 섭취해서 줄여야 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왜 단맛을 좋아할까? 학자들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농경문화가 발달하기 전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 먹던 기억들은 단맛은 먹을 수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이라는 신호로 변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단맛이 미각 기관을 길들여 온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신생아들이 먹는 모유의 맛이 달다는 것이다. 결론은 단맛에 대한 호감은 인간에게 본능적이라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수로왕묘 제수(祭需)에 과(果)가 쓰였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도 예부터 단맛을 좋아했던 것 같다.

당뇨병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설탕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 발생하고 혈당이 올라가느냐?"이다. 설탕이 직접 당뇨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해 비만이 되면 당뇨병 발생에 관여하게 된다. 또 당류 섭취의 증가는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국내 당뇨병환자가 4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당분 섭취 증가와 관련이 있다.

'단맛'은 우리 몸에 무조건 나쁜 것일까?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매운맛과 쓴맛, 신맛, 짠맛, 고소한 맛 등은 농도가 어느 선을 넘으면 쾌감이 불쾌감으로 바뀐다. 그러나 단맛은 농도에 관계없이 쾌감을 주며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또 뇌는 오직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포도당은 산소만큼이나 중요하다. 포도당을 가장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설탕이나 꿀과 같은 단순당을 섭취하는 것이다. 문제는 건강과 상관없이 단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의 식습관이다. 음식을 요리할 때 설탕을 듬뿍 넣고, 목이 마를 때 당류가 많이 들어 있는 음료를 찾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설탕을 몇 스푼씩 넣거나 당분이 많이 들어간 메뉴를 선택한다. 빵이나 케이크에 얼마나 많은 당이 들어 있는지 모른 채 달달한 맛을 즐긴다.

국민 건강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당류를 듬뿍 넣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와 단맛이 나는 음식을 최고의 요리로 인정하는 TV 요리 프로그램, "맛이 없으면 설탕을 듬뿍 넣어라"고 주문하는 요리사는 국민들로 하여금 단맛을 즐기도록 부추긴다.

설탕을 얼마나 먹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이 선택할 일이다. 그러나 식품에 함유된 당류를 줄이고, 설탕 덩어리 음료나 식품을 제한하는 정책은 단 음식과 단맛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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