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혹 전수조사 결과 주목

법조계를 비롯한 고위층 자녀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특혜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교육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된 교육부 전수조사 과정에서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층 자녀가 로스쿨 입시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 등 이른바 '부모 스펙'을 기재한 사례가 상당수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노골적으로 기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교육부 조사에서 문제가 된 건 부모에 대한 한두 줄 정도로 언급한 사례가 아니다"라며 "한 대법관 자녀는 자소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 소개서'로 써놨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로스쿨 입시는 대학 자율로 돼 있어 교육부 차원에서 자소서 기재 지침을 따로 정하지는 않는다. 대학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자소서에 부모 스펙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입시부정과 연결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서울시내 12개 로스쿨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소서 항목에 자신의 성장배경을 쓰는 항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은연중 부모의 직업이 무엇인지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일단 학교별로 이런 부모 스펙을 기재한 자소서 샘플들을 확보해 전형 공정성의 문제점은 없는지, 실제 해당 학생이 공정한 과정에 의해 합격한 것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자문 변호사 등을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해 입학 취소 등의 조치까지 하는 것이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단지 자소서에 부모 스펙 기재 여부를 떠나 로스쿨 입시 전반이 불투명하다는 것 자체가 논란을 야기하는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 입시는 법학적성시험(리트·LEET) 성적과 학부 성적, 공인영어성적 등 정량평가와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평가, 면접 등 정성평가로 진행되는데 대체로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

또 일반 대학 입시와 달리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이나 방법, 최종 합격 점수 등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이유로 합격했는지가 사실 '깜깜이'일 수밖에 없다.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 즉 고위층 자녀들의 특혜 입학 통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육부가 로스쿨 입시안 전면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도 지난해 말 사시 존폐 논란과 함께, 당시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의 입시 부정을 폭로한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가 발간돼 특혜 입학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신 교수는 저서에서 경북대의 한 교수가 모 변호사에게서 아들 입학 청탁을 받아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고 주장했으며 경북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이전부터 고위층 자녀의 로스쿨 특혜 입학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로 거론됐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법조계는 물론 정계, 재계 등 각계 고위층 자녀들의 로스쿨 입학 또는 졸업 현황 명단이 떠돌기도 했다.

이는 비단 로스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 등 비슷한 방식으로 전문직을 선발하는 제도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다음주 중 결과와 함께 로스쿨 입시 개선 방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 방안에는 학점과 법학적성시험 점수 등 객관적 요소에 대한 정량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면접 등 정성요소를 제한적·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 로스쿨 입시업체 관계자는 "단지 자소서에 부모 스펙을 쓰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폐쇄적인 입시제도 전반을 개선해야만 로스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