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네수엘라·앙골라 저유가로 국가부도 위기 맞나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재정을 원유에 많이 의존하는 국가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 생산량 동결 합의에 실패한 데 따라 당분간 원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희박해 보유 외환이 바닥난 국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난 여파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재정 압박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회원인 러시아 등 18개 산유국은 공급과잉에 따른 저유가 대책을 논의하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생산량 동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OPEC의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이 불참하는 상황에서는 생산량을 동결할 수 없다고 버틴 게 주된 이유였다. 하루 공급과잉이 150만배럴에 이르는 상황에서 감산은커녕 동결에도 합의하지 못한 결과는 추가 유가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6월 대비 60%나 추락한 원유 가격 때문에 고통받는 산유국들이 국가 부도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OPEC 회원이자 아프리카 2위 산유국인 앙골라는 이번 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유가가 폭락한 탓에 재정적자가 심각해지자 위기를 넘기려고 3년 기한으로 15억달러(약 1조6천987억원)를 지원해 달라고 신청했다. 재정 수입의 75%를 원유 및 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아제르바이잔도 IMF와 구제금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3대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통화 불안과 저유가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 등으로 위기에 내몰린 끝에 최근 도하 협상에서도 생산량 동결을 지지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조차 지난 2월 세계은행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카자흐스탄은 아직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도 확대되고 있다.

반면 생산량 동결 합의를 무산시킨 주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2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가 5억8천만달러에 이르며, 원유 생산 비용이 배럴당 10달러도 안 돼 현재 40달러 수준인 원유 가격을 버틸 수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의 배럴당 생산비용은 40달러에 이르고 브라질도 30달러대이다.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캐나다, 미국 등은 20달러 수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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