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번 충전에 340km 거뜬? 전기차 이젠 사도 될까

정부·지자체 보조금 큰 장점, 갈수록 액수 줄어드는 추세

전기차 민간 보급에 나서고 있는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문예회관에서 전기차 보급 설명회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전기차 민간 보급에 나서고 있는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문예회관에서 전기차 보급 설명회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초기구매자)는 마루타?

테슬라 '모델3' 주문 시판 이후 전기차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 전기차의 핸디캡이었던 주행거리, 충전 문제, 가격 등 난제들을 테슬라가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이젠 지갑을 열어도 되겠구나'는 결심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아직도 갈리고 있다. 아직 시장을 좀 더 지켜본 후에 사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내 영업, 출퇴근 등 제한된 영역에서는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마루타가 될 것인가, 시장 선도자가 될 것인가. 전기차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정부'지자체 보조금 큰 메리트=현재 전기차 보급에 있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정책이다. 현재 전기차를 구입할 때 환경부에서 1천200만원, 그리고 대구시에서 600만원을 지원 받아 모두 1천800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 추가와 세금혜택도 최대 400만원까지 받는다.

만약 4천만원짜리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산다고 가장할 때 1천800만원을 할인 받으면 2천2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환경부 보조금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 정부는 보조금 차량을 작년 3천 대에서 올해 8천 대로 늘렸다. 지원차량이 3배 가까이 늘면서 정부는 보조금을 1천500만원에서 1천200만원으로 줄였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대당 지원금이 줄어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세제 혜택, 정부지원 폭 등에 중점을 두는 경우라면 구입을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충전기술, 인프라 구축 챙겨봐야=시내 배달, 장보기용 목적에 그치던 전기차 효용을 전국 단위 주행 수준까지 끌어올린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 측에서 주장하는 모델3의 1회 충전거리는 346㎞. 이 정도면 고속도 휴게소마다 충전소가 들어설 때면 전국 주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사정은 우울해진다. 현재 국내 전기차 중 최고 주행거리는 올해 상반기 판매 예정인 현대 아이오닉이 180㎞까지 주행가능하고, 기아 소울 148㎞, 삼성 SM3가 135㎞로 뒤를 잇는다. 이것도 상온에서 주행했을 때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20~30%가 더 줄어든다. 급가속, 급정지, 등판 환경에서도 많은 약점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 김준태 팀장은 "전기자동차의 1회 충전거리가 평균 140㎞로 다소 짧으나 출퇴근용이나 사내 업무용으로 이용자의 사용패턴에 따라 적은 유류비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대구시와 타 지역 간 운행 시 충전불편 해소를 위해 환경부에서 올해 안에 지역 거점 간 고속도 휴게소 80㎞마다 그 외 지역에는 40㎞마다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출퇴근이나 시내 영업 등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정을 달라진다. 월 4만5천원 충전비(가정용 완충 기준)로 한 달을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용도라면 현재의 전기차 성능, 제원으로도 충분히 '복음'이 될 수 있다.

◆얼리 어답터는 마루타일까?=얼마 전 한 언론에서 얼리 어답터들을 울린 대표적 IT 제품들을 공개한 적이 있다. 여기엔 애플 아이맥G3(1989), 윈도 밀레니엄 에디션(2000), 최초 아이폰(2007) 등이 포함돼 있다. 초기 구매자들은 빠르게 지지대열에 합류해도 그만큼 배신감도 빨리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전기차도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얼마 전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담당 공무원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가능성은 무시할 정도지만 배터리 폭발이 문제된 적도 있다.

이런 위험 부담은 고스란히 초기 구매자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초창기 충전 불편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 택시를 구입해 몰고 있는 기사들도 아직은 칭찬보다 불만의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그늘'을 테슬라가 걷어 주었다. 또 국내에서도 1, 2년 내 주행거리 400㎞급 배터리가 출시되고 대구시에서도 아파트 단위까지 충전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전기차의 당장 구매 여부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시내주행, 시가 영업, 출퇴근 용도라면 전기(電氣)차가 '전기'(轉機)가 될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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