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빅2 경영권 포기…지역 철강·금융·건설 불똥 튀나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대형 선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유동성 위기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상선에 이어 결국 한진해운까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해운업계가 위기에 빠졌고, 지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 각서

이날 한진해운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서를 내면서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각서도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은 추후 발생할 분쟁을 막기 위해 경영권 포기 각서를 함께 제출받는다.

당초 채권단은 구체적인 정상화 계획이 없으면 신청을 반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용을 검토해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이날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았다. 한진해운은 런던 사옥의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 계획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달 중 영국 현지의 부동산 투자회사에 런던 사옥을 666억9천만원에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앞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의 경우처럼 경영상 책임이 있는 최은영 전 회장이나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채권단은 일단 신청을 받은 뒤 내용을 검토해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채권단 실무회의를 소집해 신청받은 내용을 공유하면, 채권기관들이 자체 논의를 거쳐 내달 초까지 100% 동의하면 자율협약이 개시된다.

◆최은영 전 회장 거액 보수'주식 처분 논란

한진해운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 일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알게 된 자본시장조사단은 최 회장 일가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경찰에 통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자녀들은 한진해운이 지난 22일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직전인 6일부터 22일 사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매각해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로 한진해운 주식은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한 22일 7.3% 떨어진 2천605원에 장을 마감,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았다.

앞서 최 회장은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액의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적자를 낸 2013년과 2014년에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모두 97억원을 받아갔다. 한진해운은 2013년 1조3천392억원, 2014년 4천679억원 등 2년 동안에만 약 1조8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경영하다가 부실이 심화하자 2014년 한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기고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바꿔 정보기술(IT) 사업과 외식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역 경제계 바짝 긴장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자 해운, 조선, 철강, 건설 등 지역 관련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칫 조선'해운업계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이 지역의 해운'철강에 이어 금융권까지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조선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철강산업의 경우 실질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산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실제 현재 생산액과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9천722억원, 2억1천661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조4천318억원, 3억8천307만달러에 비해 무려 32%, 44%나 줄었다. 올 들어 1월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9천135억원, 2억87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금융권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철강공단 기업 가운데 30%는 문을 닫고 싶어도 폐업자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중 25%는 채권 회수가 시급하다. 매각'인수합병 등이 이뤄질 경우 지역경제 둔화와 고용감소라는 후폭풍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