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0만원 상품권을 비롯해 66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강등된 한 공무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크다고 볼 수 없는' 금품을 '마지못해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을 강등한 것은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징계가 가혹하고 사회 통념상 타당성도 없다"며 서울시의 부패 근절 의지에 재갈을 물렸다.
공무원이 업무와 상관없는 금품을 받더라도 중징계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시행하는 서울시의 반발은 당연해 보인다. 이 공무원은 박 시장이 부패 근절을 위해 만든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인 박원순법의 첫 적용 대상이었다. 이 공무원은 한 건설업체로부터 10만원 상품권 5장을 받았고, 한 유통업체로부터 12만원 상당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받았다가 국무총리실에 적발됐다.
액수를 떠나 부패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박원순법의 도입 취지다. 이 규정이 시민과 직원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민의의 소재를 보여준다. 서울시가 도입 1년을 맞아 서울시 직원 1천620명과 시민 1천 명을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직원의 93%, 시민의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원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서울시는 박원순법 도입 전후 1년간 금품수수와 성범죄 등 공무원 비위가 73건에서 50건으로 32%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건 것은 민심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서울시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박원순법을 수정 없이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차라리 돋보인다.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눈높이는 법원이 아닌 박원순법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는 OECD 35개국 가운데 27위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의 평균치만 돼도 경제성장률이 0.65% 높아질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없다. 법원이 부패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사회 통념'에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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