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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아! or 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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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고 한 '그분'이 이 나라를 '지배'하던 1983년,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라는 가사였다. '그분'의 시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부는 '무례'하게 이 후렴에 '돈만 있으면' '빽만 있으면'이라는 추임새를 넣었고, 대한민국을 '두환민국' '개한민국'으로 바꿔 불렀다.

7년 뒤인 1990년 정태춘도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세상에 내놓았다. 제목에서 나타나는 느낌표와 쉼표의 차이는 가사에서 환희와 영광 대(對) 한숨과 절망이라는 극단적인 차이로 나타났다. 정태춘은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그 대신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와 하룻밤 화대로 일천만원씩 뿌리는 재벌의 아들과, 하루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풍요하고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이라고 했다. 위가 아니라 밑바닥의 대한민국을 사실적으로 읊은 것이다.

그로부터 각각 33년, 26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하루치 신문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과 합창을 두고 국론 분열을 따지는 청와대와 보훈처,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도 '나는 돈 안 받았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국회의원 당선자,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중증 장애인을 무차별 폭행한 사회복지사, 비상장주식에 투자해 126억원 번 현직 검사장, 남의 그림 바탕에 손 좀 본 뒤 팔아서 거액을 챙기고도 미술계 관행이라며 고개 쳐드는 유명 가수…. 청년 실업, 경기 불황 같은 거창한 난제는 들먹일 필요도 없다.

얼마 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이 유행했다. 대통령에게 찍혀 공천을 못 받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해 이제는 복당을 기다리는 한 중견 국회의원이 원내대표를 사퇴하며 인용해서다. 그때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그는 틀렸다. 불평등과 불합리, 부조리 등 없어야 할 것조차 한꺼번에 공존하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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