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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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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사찰, 서원, 고택에서 가장 먼저 객을 반기는 것은 건축물의 조형미나 주변 경관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속깊은 사연을 들려주는 것은 처마 밑에 살짝 숨어 있는 편액(扁額)이다. 잠시 시선을 주다 이내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운 한자 흘림체가 많은 탓이다. 하지만 편액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드물다는 점에서 이는 편액의 기능과 의미, 그에 담긴 내력을 간과하는 꼴이다.

안동 길안의 묵계종택에는 보백당(寶白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는 조선 전기 대사헌을 지낸 청백리 김계행 선생의 당호다. '내 집에는 보물이 없네, 있다면 오직 청백뿐'(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이라는 시에서 나왔다. 편액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후손에게 일깨우고 지키라는 가르침을 현판에 새겨 얹은 것이다.

이처럼 옛 사람들은 나누고 싶은 뜻을 나무판에 쓰거나 새겨서 걸어 두었는데 이를 흔히 현판이라고 한다. 현판은 교훈적인 글귀를 담아 기둥에 거는 주련(柱聯)이나 건물 이력을 기록한 기문, 당호를 새긴 편액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편액은 건물 명칭과 내력, 서자(署者) 등을 통해 당시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판의 대표격이다.

이 때문에 고금 명필의 글씨가 담긴 편액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이들도 많다. 한마디로 편액의 글과 서체는 그저 널판에 불과한 현판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혼이자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편액이 옛 사람의 정신세계와 서법 변천 등 시공간을 설명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소중한 전통 유산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그저께 우리의 편액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기록유산에 오른다고 발표했다. 최근 베트남 지역 총회에서 편액의 기록유산 등재를 확정한 결과다. 한국 문화유산 가운데 지역위원회 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된 것은 편액이 처음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던 편액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학진흥원은 전국 189개 가문과 단체 등에서 맡긴 편액 553점을 '한국의 편액'이라는 타이틀로 지난해 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국학진흥원은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굳이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들른 곳마다 편액을 꼼꼼히 살펴보고 내력을 짚어나간다면 더욱 값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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