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넘어야 할 산

문화재·자연환경 훼손 우려, 인파 넘쳐 인전사고 위험, 대구시 공원 계획 변경 절차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위해서는 상당한 과제들이 있다.

규제 완화로 민간 단독 추진의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문화재'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이 여전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입지와 조망 등 사업타당성을 판단하는 대구시의 '공원계획변경' 절차도 거쳐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우선 환경단체는 난개발을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에 부정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문화재와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유산이자 야생동물의 서식처인 갓바위 일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환경 훼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 케이블카 45곳 중 관광용은 21곳이고 여기서 수익을 내는 곳은 2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스위스와 호주, 일본 등 외국 성공 사례와 우리나라 산악 환경은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은 산세가 험해 사람이 오르기 어려운 곳이거나 열대우림 지역에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 자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려고 설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은 국립공원 안에는 케이블카가 없고 일본도 1990년대 이후 새로 설치한 사례가 드물다는 주장이다. 또 갓바위 부근은 공간이 협소하지만 항상 많은 인파로 넘쳐 안전문제 발생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팔공산 능선 지역은 야생 동물들의 이동 경로로 이곳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여러 가지 생태'안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대구의 대표적 자연 유산인 갓바위에 케이블카 설치는 필연적으로 자연 훼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교계도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계종은 2008년 중앙종회에서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고,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측도 케이블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불교계는 '케이블카 사업이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불교성지와 수행 환경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광 수입을 위해 기도 성지를 상품화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이 불교 신자인 인근 주민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불교계가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사업계획에 타당성이 있는지 실무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승강장의 입지가 적당한지, 전망대의 조망이나 다른 도시의 설치 사례 등을 살피는 단계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원계획 차원에서 타당성이 있어도 교통과 안전, 문화관광 등 여러 부서와 협의를 거쳐서 분야별로 문제가 되는 법률이나 규정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여론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사업 시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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