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에이즈는 요양병원에서 위험한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이 좀 더 중립적 용어이지만, 일반인의 이해를 위해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란 용어를 그대로 이 글에 사용하고자 한다.

에이즈 환자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 요양병원 환자들이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입원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벼락 맞아서 죽을 수 있으니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말과 같다. 즉,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고 감염되는 것이 아닌데도 침소봉대로 사람을 현혹하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 쇠고기는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하면서 혹세무민한 적이 있는데,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도 이와 유사하다.

'요양병원에 에이즈 환자가 입원하면 위험하다'는 주장에는 큰 이기적인 이유가 저변에 깔려 있다. 에이즈 환자가 병원에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환자 보호자들은 염려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환자들이 떨어져 나가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마땅히 치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와 환자를 타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의사의 도리를 저버리는 셈이다. '진짜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세뇌하는 의료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겁함과 의학에 대한 무지의 절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을 위해 적은 소수는 희생해도 되고 차별받아도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 유물인 전체주의적인 사고이다. 소수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는 다수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한다. 소수의 권리가 보호받는지 여부가 다수의 권리가 보호되는지의 지표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에이즈가 일상생활에서 옆 사람에게 감염되는 위험한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리로 에이즈 환자들을 차별하고 입원을 거절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착오도 한참 착오이다. 한 병원에 입원하여 옆에 있다고 에이즈가 감염된 사례는 전무하다.

국가는 최근 에이즈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요양병원에서 거절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의 목록에서 에이즈를 제외할 것을 명확히 했다. 또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질환에 에이즈를 명확히 포함했다. 그리고 에이즈 환자에 대한 입원 거부는 현재 의료법의 해석 안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다. 왜냐하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병원에 입원한다고 옆 사람에게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 이를 핑계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기, 침구, 화장실, 대'소변 등을 다른 환자들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되는지 등의 질문이 있다. 답변은 이런 것들은 어떤 위험도 되지 않으며, 일반적인 환자와 동일하게 다루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모든 에이즈 환자가 요양병원으로 오면 어떻게 되나'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요양 받을 기준에 해당하는 다른 환자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므로 매우 소수의 환자가 입원을 필요로 한다. 요양병원이 대학병원과 시설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주제를 생각하면 사람의 이기심, 두려움, 원죄를 떠올리게 된다. 입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이기심이 우리의 원죄이고, 이 이기심이 아직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 이기심이 남을 차별하는 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별과 이기심의 원죄에서 벗어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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