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쌈짓돈'인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을 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사업에 전용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에서 매년 10조원씩 10년간 100조원을 정부가 발행하는 '국민안심채권'에 투자해 그 재원으로 장기 공공임대주택,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13 총선 때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1호 공약이다. 이 공약의 구체적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해 더민주 내에 '양극화 해소와 더불어 성장을 위한 국민연금 공공투자정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주인인 가입자의 동의 없이 기금을 제멋대로 쓰겠다는 발상이다. 국민연금은 2천100만 명의 가입자가 낸 돈으로, 절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그래서 함부로 다른 곳에 전용해서는 안 된다. 더민주는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오만한 발상이다. 국민연금을 공공사업에 전용했다가 손실이 나면 책임질 것인가.

더민주의 계획은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서민용 임대주택은 적정한 수익 보장이 어렵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도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칠 것이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의 1% 한도 내에서 복지 분야에 투자했으나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은 -1.04%였다.

국민연금 기금은 그대로 둬도 오는 2060년경이면 소진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데 따른 불가피한 추세다. 연금기금을 잘못 관리하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더민주의 계획이 바로 그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무모하고 편의적 발상은 더민주만이 아니다. 국민의당도 총선 때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더민주가 먼저 치고 나왔으니 국민의당도 곧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국민의 노후안전판을 흔들 공약 이행은 위험하다. 국민연금이 제1당 쌈짓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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