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자식 없는 늙은 부부는 족제비에 물려가는 다람쥐를 구해 잘 돌봤다. 부부와 함께 살던 다람쥐는 새끼가 새끼를 낳고 집안은 다람쥐로 넘쳤다. 그러나 부부는 늘어난 다람쥐 가족 먹이를 대는 것조차 힘에 부쳐 다람쥐 가족과 헤어졌다. 흩어진 다람쥐들은 낟알을 입에 가득 물고 집 마당에 내뱉었다. 부부는 남의 것인 줄 알고 다시 갖다두라고 타일렀다. 다람쥐들은 부부를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논으로 데려가 버려진 낟알임을 알렸다. 안심한 부부는 다람쥐가 물어준 낟알로 살며 삶을 마쳤다. 부부가 세상을 뜨자 밤, 대추 등 제물로 제를 지낸 다람쥐들도 산속으로 들어갔다.'
심의린 국어학자가 1926년 펴낸 최초 한글설화집인 조선동화대집의 '다람쥐의 보은'에 소개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쌍꿩의 보은', '두꺼비의 보은' 등 모두 66가지가 실려 있다. 우리는 이 밖에 '나무꾼과 선녀' 전설 등 사람과 동물에 얽힌 많은 보은담(報恩談)도 갖고 있다. 새의 보은 사례도 숱하다. 새끼가 자란 뒤 늙고 힘없는 어미에게 먹이를 날라주는 후투티, 물총새, 볏부리종달새, 황새(박노익, '기자가 말하는 새이야기', 2006)가 그렇다. 까마귀의 어미 봉양과 관련된 '반포지효'(反哺之孝)도 같다. 미물인 동물의 보은담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은혜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지난달 미국과 아프리카에서 뜻있는 두 가지 보은 행사가 있었다. 2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나바호 원주민에 대한 평화의 사도메달 증정식과 27일 에티오피아에서의 제65주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식에서다. 정부는 6'25참전 1만여 명의 나바호 인디언 원주민 중 생존한 35명에게 뒤늦게나마 보은 증표를 전달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6'25참전 생존 용사들과 유가족 150명에게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크게 기여해주셨다"며 보은 인사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8년 셀라시 황제 방한 초청에 이은 부녀(父女) 2대의 보은이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경북 칠곡군이 6'25참전 보은성금으로 티조마을 가꾸기 지원사업을 펼친 곳이다.
1일은 제6회 의병의 날이다. 정부가 2010년 5월, 1592년 임진왜란 때 곽재우 의병장이 첫 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현충일(6일) 등으로 6월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고 보은의 마음을 가다듬는 달이다. 국기를 다는 것만으로도 보은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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