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신공항, 지금부터 시작이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신공항 사업은 20년 이상 논의돼오다 이명박(MB)정부 시절 지역 간 갈등으로 백지화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번에도 우려스럽다. 국가 백년대계로 진행돼야 할 국책 사업이 부산 정치권의 무책임한 개입과 지역 갈등 조장으로 영남권에 큰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제2 관문공항으로 건설될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부산 측의 동태로 볼 때 밀양으로 결정될 시 후폭풍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용역 결과가 불공정하게 나오면 승복할 수 없고, 발표 이전이라도 용역이 공정하지 않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불복을 선언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질세라 부산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신공항 가덕도 유치 실패 시 민란 발생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판 깨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15일 예정대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가덕도 신공항을 요구하는 부산 측은 '가덕도 아니면 신공항은 필요 없다'는 식의 생떼를 쓰면서 정부를 향해 협박성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밀양 신공항을 지지하는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4개 시도는 너무나 수비적이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이 '과도한 신공항 유치 경쟁은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하더라도 4개 시도와 이곳 정치권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있는 것인가? 그간 박 대통령의 성향을 볼 때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고 흔들릴 대통령도 아니지만 반대로 특정 지역을 위해 '감 놔라, 배 놔라'할 분도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경북(TK)을 비롯한 4개 시도의 굼뜬 대응에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TK 출신 전문가들은 필자에게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지낼 일이 아니다"고 경고음을 보내왔다.

먼저 신공항 타당성 용역의 예측불가성이다. 5년 전 MB정부 시절 신공항 입지평가 때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이었다. 밀양이 가덕도보다 근소하게 앞섰지만 항목별 배점을 약간만 달리하거나 특정 항목의 가중치를 미세하게 조정해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작업(?)까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 용역사인 파리 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한국의 시대적 과제인 지역 발전 및 균형 발전 효과보다는 항공운항 기술적 측면에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이 항목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고 밀양과 가덕도의 타 도시와의 접근성이나 경제성은 간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와 함께 TK를 비롯한 4개 시도가 정부에 '신공항 용역 결과에 따르겠다'는 소리도 앞서 할 필요가 없다. 부산 측이 정부를 겁박하는 것도 뜻대로 안 될 경우 반대급부를 제대로 얻으려는 노림수가 아니겠는가. 4개 시도는 '침묵의 위력'을 앞서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신공항이 가덕도로 갈 경우 다음 행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밀양 측 4개 시도는 신공항 유치 경쟁 프레임도 잘못 가져갔다. 가덕도 유치에 집착하는 곳은 부산 한 곳이다. 그야말로 4대 1의 구도다. 인구 구성만 보더라도 950만 명대 350만 명의 경쟁 구도다. 서울 언론이 신공항 무용론을 펴거나 실제와 달리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는 점은 안이한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밀양은 PK 지역인데 그간 대구가 너무 신공항 유치를 주도해왔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는 비켜서고, 경상남도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더 전면에 나서야 했다.

이제라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도록 경남, 울산, 대구, 경북 4개 시도와 이곳의 정치권은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신공항 입지 결정 후 행보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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