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일반부 선수 없어…텅 빈 '국제육상도시' 대구

이틀간 대구시종별육상경기선수권 초·중·고등부 8개 레인 못 채우기도

대구시체육회에 소속한 70여 곳의 경기단체 가운데 저변이 취약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체는? 특정 기관'단체에서 이를 조사한 적은 없지만 육상은 아마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국내외 대회 참가 선수 현황과 전국체전, 전국소년체전 등의 성적을 고려하면 대구 육상은 최하위권의 점수를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중심'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등 권위 있는 종합대회에서 매달 수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더욱이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국제육상도시'란 타이틀을 부여받은 도시다.

대구시는 이를 자랑스러워하며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마라톤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또 수십억원의 예산과 공무원을 동원, 내년 '세계마스터즈 실내육상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육상의 민얼굴은 너무나 초라하다.

24, 25일 이틀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36회 대구시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의 팸플릿은 대구 육상의 부끄러운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종별선수권은 초'중'고'대학'일반부의 모든 남녀 선수가 참가하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지만, 이번 대회는 대학부와 일반부 경기를 하지 않는다.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중'고등부는 남녀로 나눠 경기하지만 한두 명만 출전한 부문이 수두룩하다. 참가 선수가 8명을 넘어 트랙의 8개 레인을 채우는 부문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 필드 부문과 단체전 성격의 계주 부문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여고부 경우 전체 참가 선수가 13명뿐이고, 경기가 열리는 부문도 100m와 포환던지기 등 9개에 불과하다. 100m의 출전 선수는 3명이고, 대구가 그동안 우수한 선수를 배출한 100m 허들에는 한 명만이 출전하고 있다. 중거리 800m와 1,500m, 필드의 멀리뛰기와 높이뛰기는 아예 열리지 않는다.

초'중등부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꿈나무 발굴 차원에서 마련한 초등부 5학년 경기는 참가 선수가 8명을 넘어 2개 조로 나눠 열린다.

반면 대회를 주최'주관하는 대구시육상연맹의 임원진은 70여 명으로 풍성하다. 지역에서 기업을 하는 손일호 회장 아래 경기인 출신의 부대회장은 7명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부 부문은 참가 선수보다 심판 수가 더 많아 보인다.

이에 대해 대구시체육회 관계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이런 실정이었고, 이후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와 시체육회, 육상연맹, 대구시교육청의 총체적인 잘못이다"며 "대구시는 화려하게 거짓 포장한 육상도시의 이미지를 지우든지 아니면 진정한 육상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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