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 돼지' 발언 파문의 주역인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 결정에 불복해 소청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심사 결정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까지 갈 수 있다. 그는 언론에 억울한 심정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개'돼지' 발언은 그런 대사를 한 영화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었고, '신분제' 발언은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의 공분을 산 그의 해명은 허공 속에 날아가 버렸다. 분노한 국민들은 해명보단 각종 언론에 시커멓게 도배된 '개'돼지' 발언에만 이목을 집중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지속돼 온 공직사회 파문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사무관은 프랑스 출장 중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의 영어 숙제를 떠넘겼고 다른 서기관은 성매매를 하려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의 한 여자 서기관과 같은 과 과장은 바람을 피우다 걸린 적도 있다. 이들의 행각은 공원 주차장 차 안에서 낯뜨거운 짓을 하다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직원들은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잇따라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뒷돈을 받고 119소방종합상황실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사설 구급업체에 알려주거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 역할을 한 소방공무원도 있었다. 롯데홈쇼핑이 부당하게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공무원 3명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진행된 정부세종청사 각 부처에 대한 기강 단속 암행 감찰 이후 공무원들의 자체 검열과 단속은 최근 고위 공무원들의 잇단 사고로 더욱 엄격해진 분위기다.
정부세종청사 내부에선 평소의 사소한 행동도 주의하라고 내부 연락망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점심 1시간 지키기, 청사 주변 거리와 옥상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 등은 물론 언론인이나 외부인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발언에 주의할 것 등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파급력이 강한 SNS에 정부 정책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내용도 싣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필자는 3년 전 정홍원 국무총리와 함께 태국에서 세계물포럼을 취재하고 있었다. 해외 출장 중 성추행 의혹을 받은 '윤창중 사태' 후 각성하자는 의미에서 출장 중에는 절대 금주였고, 건배사 잔에도 과일 주스가 채워졌다. 나 전 기획관은 '술에 취해 실언했다'고 했다. 총리가 금주를 선언한 지 3년 만에 공직사회가 술에 취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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