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골이' 자도 자는 게 아니다

코는 드렁드렁…머리는 뒤척뒤척…몸은 골골댄다

인후부 좁아져 공기 통과 못 시켜

근육 처지거나 기도 구조 이상하면

공기 통로가 막혀 수면무호흡증 발생

심장·폐 부담 늘어나 뇌졸중 올 수도

구강 내 장치 쓰면 호흡 장애 개선

구개근절제술도 코골이 치료에 효과

회사원 김모(35) 씨는 최근 운전 도중 잠에 빠지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중 깜박 잠이 들었다가 뒤차의 경적 신호에 화들짝 잠이 깼던 것. 평소에도 온종일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던 김 씨는 심한 코골이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에 병원을 찾았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김 씨는 심각한 수준의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코골이를 줄여주는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한 후에야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코골이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함께 자는 가족들의 숙면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자주 잠에서 깨고 몸을 많이 뒤척이거나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충분히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두통과 집중력·기억력 저하, 낮 졸림증, 성격 변화 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으로 장기간 이어지면 산소 부족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이 커지고 고혈압이나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만성적인 산소 부족 일으키는 코골이

코골이는 목 안의 인후부가 좁아져 공기가 쉽게 통과할 수 없을 때 생긴다. 숨을 쉴 때 공기는 입천장과 목젖, 편도, 혀 등 유연한 구조물을 통과한다. 깨어 있을 때는 이 부위들이 제자리를 유지하도록 주위 근육이 돕지만, 잠자는 동안에는 근육들이 이완돼 공기 통로가 좁아지고, 공기가 주위의 부드러운 조직을 진동시켜 시끄러운 소리가 나게 된다.

이때 근육이 너무 늘어지거나 비만, 편도 증식, 기도의 구조 이상 등으로 공기 통로가 완전히 막히면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다. 호흡이 멈춘 상태가 계속되면 뇌가 우리 몸을 깨우고 근육을 수축시켜 공기 통로를 열어준다. 한참 동안 떠나갈 듯이 코를 골다가 숨이 잠시 멈춘 뒤, 잠시 뒤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시작하는 이유다.

평소에 코를 골지 않더라도 몸이 피곤하거나 수면제 또는 술을 먹고 자면 목젖 부위의 연구개가 느슨해지면서 코골이를 하게 된다. 또한 비만으로 목 부위에 지방이 쌓이거나 혀, 편도 등이 비대해진 경우에도 코를 곤다. 축농증이나 코를 좌우로 나누는 비중격이 심하게 휜 경우, 목젖이 길어 공기 흐름을 방해할 때, 턱이 작은 경우에도 코골이를 할 수 있다. 흡연과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도 코골이를 유발한다.

코를 고는 자체는 심각한 질환이 아니지만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낮 동안 심하게 졸리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상태가 반복되면 심장과 폐에 부담이 가중돼 고혈압과 뇌졸중, 심장마비, 심장발작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구강 내 장치로 개선 효과 가능

코골이를 치료하려면 코를 골게 된 원인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X-선 검사 등을 통해 코나 입안 구조의 이상을 살피고, 수면다원검사와 코골이 수면내시경 등을 활용하면 코골이의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방법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우선 옆으로 누워 자면 코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옆으로 누우면 인후부의 구조물들이 기도 쪽으로 미끄러져 공기 통로를 막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술과 약물 복용도 중단해야 한다. 술과 진정제,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등은 호흡을 느리고 얕게 하며, 평소보다 인후 주위 근육을 이완시켜 공기 통로를 막는다.

살을 빼도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 비만은 목과 폐를 압박해 호흡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근육을 탄력 있게 유지해 폐의 활동력을 높일 수 있다.

체중 감량이나 수면 자세 교정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입안에 간단한 장치를 넣는 방법도 있다. 잠자는 동안에 입안의 형태에 맞는 특수한 장치를 끼워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수면 중 호흡장애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잠잘 때 얼굴에 쓰고 자는 상기도 양압기도 효과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수면 중 마스크를 끼고 자야 해 불편이 적지 않다.

기인경 편한치과의원 원장은 "구강 내 장치는 생활습관 교정과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강제로 공기를 기도로 밀어 넣는 호흡장치 사용이 어렵거나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활용도가 높으며 강제 호흡장치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 수술 단점 극복한 수술법도 주목

보존적 치료로 개선 효과가 없다면 수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코골이 수술은 주로 편도와 입안과 식도 사이에 있는 인두의 점막을 절제해 기도를 넓히는 '구개인두성형술'을 시행한다. 과거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목젖과 입천장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로 치료했다. 그러나 이 수술은 레이저가 내는 300~600℃의 열 때문에 주위 조직이 열 손상을 입는 게 단점이었다. 이 때문에 수술 후에도 오랫동안 심한 통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목젖을 제거하는 탓에 기능적 문제도 겪어야 했다. 목젖은 주위 구조물의 점액을 청소하며 일종의 가습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목젖이 제거되면 평생 목에 가래가 붙어 있는 듯한 이물감과 건조한 느낌을 호소하게 된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다양한 수술법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목젖을 제거하는 대신 목젖 위쪽의 연구개 점막과 일부 구개 근육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구개근절제술'(PMR)이 주목받고 있다.

박재율 중앙이비인후과 원장은 "구개근절제술은 목젖을 그대로 보존해 레이저 시술의 단점인 목의 이물감이나 건조감을 없앨 수 있고, 노출되는 점막이 없이 봉합해 수술 후 통증이 크게 줄어드는 게 장점"이라며 "코골이 개선에도 효과가 높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박재율 중앙이비인후과 원장

기인경 편한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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