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기고-대구경북학 정립하자(3)] 교육과정에 지역학을 포함시키자

2012년 3월 대구경북학회 창립 당시, 학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지역의 정체성 찾기였다. 한국은 중앙집권체제가 견고하게 자리 잡으며 나타났던 지역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자치성과 독립성을 위해 지방분권 정치가 실시되었음에도, 오랫동안 이것들은 고장 난 기계처럼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였다. 중앙과 지방이 이분화되면서 지방이 중앙에 종속되었고, 그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으며, 모든 기회와 권력이 중앙에 집중됨으로써 점점 지역 간의 차이가 극대화되고 있다. 대구의 청년들이 한 해 1만 명 정도 고향을 떠나는 현재 상황에서 지역학을 통한 정체성 확립은 대단히 중요한 지역적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학회는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려 하였고, 학자나 교수, 학술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은 학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었다. 이는 주민이 지역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학회가 기여하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을 이해할 수 없고, 한국을 이해하지 않으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을 인식하고 그 특성을 세계적 흐름에 합류시킬 때 그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의미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실히 함으로써 그 가치를 알게 되며, 그럼으로써 객관적 통찰과 비판적 인식이 가능해진다. 지역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구분함으로써 한 지역의 분석이 가능해지고, 지역의 문제점이 분명해지며, 나아가 그 해결책도 확실해진다. 자신이 서 있는 좌표를 명쾌히 함으로써 스스로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대구경북학회는 지역정체성을 주제로 여러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대구경북의 이해'라는 책이다. 이 책은 2014년 17명의 학자들이 각 분야별로 나누어서 집필하였고, 출간 이후 바로 이 책으로 대학교양강좌를 개설하여 시범적으로 강의를 진행해 보았다. 몇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남으로써 지역학 강의 개설을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알게 되었다. 즉, 강의가 집필자 중심으로만 진행됨으로써, 전체를 아우르는 집필자 간의 토론이라든가, 주제끼리의 관련성과 적절한 예들의 공유 등이 부족했다. 말하자면 협동적인 강의 팀을 구성하여 분야 간의 상호연계성을 담보하지 못했고 '대구경북의 이해'라는 과목이 가진 학제 간의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관점과 전문적이고 세부적 관점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우리 지역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지역학을 중'고등학교, 대학의 교육과정으로 개설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중'고등학교의 전체 교과목 수준에 맞게 학습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교수, 교사들이 커리큘럼과 학습내용을 만들고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지역학 관련 과목을 모든 학교의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이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풀을 구성하여 다양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20년 후면 지금 있는 직업의 반 이상이 소멸하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지역의 정체성을 통하여 자의식과 자신감을 길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를 살아가야 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며, 지역학은 바로 여기 이곳에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수적인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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