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란법 가명시대…식당·골프장 신분 노출 부담

기관명 대신 낯선 이름으로 예약

'당분간 실명은 자제(?)'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자 등 대상자들이 잔뜩 몸을 사리면서 식당이나 골프장에서 '가명'을 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 사항이 없더라도 고급 식당이나 골프장 등에서 실명으로 예약해 본인이 노출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으로 일부에서는 건전한 소비까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청 공무원 A씨는 최근 식당에 전화를 걸어 점심 예약을 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평소에는 해당 구청의 팀 이름으로 예약을 했지만 이번엔 다른 모임 이름으로 예약을 했다. 이 공무원은 "1인당 3만원이 넘는 집도 아니고 우리 팀 직원들끼리 먹는 자리였지만 괜히 입에 오르내릴 일이라도 생길까봐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정부기관 간부 공무원 B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아예 '두 이름'으로 살고 있다. B씨는 "부서 회식 때는 이전에도 다른 모임 명칭으로 예약을 했지만 개인 약속은 실명으로 해왔다"며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식당 앞 예약판에 이름이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가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실제 식당 예약자 명단에는 '기관' 이름이 사라지고 낯선 이름이 등장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한 한식당 사장은 "예전에는 절반 이상이 소속 기관이나 회사 등 단체 이름으로 예약을 했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단체 이름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또 다른 한우식당 관계자는 "분명히 얼굴과 이름을 아는 손님들인데 엉뚱한 이름으로 예약을 하는 경우를 봤다"며 "이런 손님은 계산도 카드로 하지 않고 현금으로 한다"고 했다.

골프장에서는 '가명'이 보편화 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경우 골프장에서 가명을 쓰는 이들이 많았지만 의사나 대학교수, 공기업 직원 등까지 가명 사용에 나선 때문이다. 대구 인근 한 골프장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사실상 접대 골프도 사라졌고 대다수 이용자들이 더치페이를 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에 상당수 내장객이 가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서비스 업계는 이러한 분위기가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요식업 협회 관계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소는 손님들이 더치페이를 하더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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