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내 중소도시마다 축제 경기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소도시 특성상 '누가 누군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공무원 등의 바깥나들이는 물론 식사자리까지 극도로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영천한약축제와 영천문화예술제 기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축제장 인근 식당가는 꽁꽁 얼어붙었다.
공무원과 관변단체 회원 및 기업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횟집, 고깃집, 곰탕집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천 시내 한 횟집 주인은 "지난해 축제 때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올해는 완전히 끊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영천 도남동 한우숯불단지의 한 업체 대표는 "지난해 축제 때에는 향우회 등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 바빴는데 3일에는 하루 종일 외지 골프팀 3팀 방문에 그쳤다. 이러다가 문 닫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영천 완산동 영천공설시장의 한 곰탕집 주인은 "올해 축제 때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고 허탈해했다.
3일까지 송이축제가 진행된 울진에서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만 주머니를 열었을 뿐 공무원들은 식사 자체를 꺼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공무원 A씨는 "울진 공무원들은 앉아 있으면 누군지 대번에 주민들이 알아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축제장 주변에서는 내 돈으로 식대를 계산한다 하더라도 아예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식사를 해도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키고 바로 일어나는 분위기"라고 했다.
과거에는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이 휴일에도 일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가벼운 음식을 대접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모두 사라졌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서로 얼굴을 다 알기 때문에 모두가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칠곡군이 3일까지 나흘 동안 치른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장 부근 식당가에서도 식사 시간은 짧았고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일어서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예년의 일상적 풍경이었던 공직자와 군민들이 뒤섞인 식사 자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2일 가산면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최모(72) 씨는 "지난해 행사 때엔 가산면 출신 공무원들이 식사와 술을 많이 대접했었는데 올해는 일절 없었다. 모두 각자 내기를 하고 순식간에 밥 자리를 파하다 보니 축제장 주변 식당업주들이 울상을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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