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웃사촌께 보내는 경주 초대장

초인종 소리에 밖을 보니 처음 보는 아주머니께서 떡 한 접시를 들고 미소를 짓고 서 계신다. 이틀 전 밖이 시끌벅적하더니 아마 새로 이사를 온 분인가 보다.

아파트 층간 소음 시비, 홀몸노인 방치 등 각박한 세상 얘기로 매스컴이 시끄럽지만 그래도 오랜 옛날 씨족, 부족사회를 거치면서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생존을 유지했던 뿌리가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오는 모습이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은 농경생활을 하면서 품앗이 등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사는 풍습을 발달시켰는데, 특히 요즘처럼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해질수록 이웃사촌과의 연대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이웃 동네 같은 경주에 큰 탈(?)이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5.8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과 400회 이상 계속되는 여진으로 민심은 흉흉해지고 대중매체에 사람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묘사되면서 경주는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되고 말았다.

게다가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 단체관광객들의 예약이 줄지어 취소되는 등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진짜 여진은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사실 경주는 수천 년 전부터 축복받은 땅이었다. 신라 삼한일통의 본향이자 찬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산, 바다가 함께 있어 우리나라 국민이면 한 번쯤은 방문을 했고 각자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비록 이번 지진으로 인하여 큰 피해를 보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재난과 역경을 이겨냈듯이 천년 도읍지의 영광을 빨리 회복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와 공무원 및 보수 전문가들이 피해 복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고, 기업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성금이나 물품 기탁이 이어지면서 이웃사촌의 정을 듬뿍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재청, 경상북도, 경주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도 신속한 피해 복구와 민심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고 각종 행사도 가능한 한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에 계신 이웃사촌 여러분!

경주 사람들도 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만 신라 고승 충담 스님이 향가 안민가(安民歌)에서 설파하신 '…답게' 정신처럼 공직자는 공직자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각자 맡은 바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자랑인 경주를 변함없이 지켜 가겠으니 이제 이웃사촌 여러분께서도 너무 걱정 마시고 이럴 때일수록 한 번이라도 더 경주로 오셔서 위로도 해주시고 올가을 경주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겨보심이 어떠하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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