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친일의 꼬리표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중의원에서 민진당 의원의 '일본 측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이다. 지난해 12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추가 조치와 관련한 아베의 단호한 입장이다.

나라 안팎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 편지를 보내라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과거 식민 지배를 반성하거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다른 표현이다. 아베에게 34년 11개월여의 식민 지배는 과거일 뿐이다. 조선의 희생은 옛일로 잊고 싶을 따름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식민의 후유증이 여전해서다. 특히 지금도 '친일'(親日)을 둘러싼 아픈 상처들이 덧나고 고통의 순간을 보내야 하는 탓이다.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소남 이일우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가 연 '소남 이일우 생애와 나라사랑 정신'이라는 주제의 제1차 학술대회도 그랬다.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인물인 이일우 이야기에서 그런 일이 재연됐다. 친일 행적과 관련해서다.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소남 이일우-생애와 사상, 평가와 재조명'의 주제 발표에서 이일우의 우현서루 개설과 각종 교육사업과 국채보상운동 참여 업적 등을 설명했다.

특히 국채보상운동과 관련, "국채보상운동은 성공하지 못한 불발의 계몽적 운동이었고 그 주동자들의 일부가 친일주의파"라며 재평가를 주장했다.

또 1919년 3'1만세운동 이후 이를 막으려 만든 '대구자제회단' 65명에 이일우가 낀 것에 대해 "자제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친일적 인사로 매도하는 터무니없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대구 토호세력이었던 이병학, 정재학 등의 극친일적 행각에 비하면 소남의 행동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과거 행적은 연구로 밝혀지겠지만 아물지 않은 친일의 상처는 고통스럽다. 일본과 달리 과거를 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친일 같은 꼬리표를 달지 않는 길은 '털끝만큼'도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일 뿐임을 이날 행사는 분명히 일깨웠다. 다음 행사 때는 이를 위한 답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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