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 고교 탈바꿈-문 여는 특성화고, 문 닫는 특성화고

학생 줄어들어 존폐 위기…직업계高로 변신해 위기 탈출 시도

경상북도 내 농어촌 고교의 변신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계고는 특성화고로, 특성화고는 마이스터고로 옷을 바꿔입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 확대라는 정부 정책이 한몫했다. 그러나 학생 수가 줄면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 탓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변신하는 농어촌 고교

칠곡고는 2018년 3월부터 칠곡기계공고로 탈바꿈한다. 1984년 개교 후 34년 역사를 접고 칠곡기계공고로 이름을 바꾼다. 일반계고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3학급 규모를 유지해 명맥만 잇고 있었다. 칠곡에 특성화고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변신의 이유다. 칠곡지역에는 약목고, 순심고 등 일반계고 7개가 있다.

포항 기계고도 2019년 특성화고로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일반계와 특성화가 혼재된 종합고 형태인 기계고는 현재 6학급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재작년에 일반계반 지원자가 없어 특성화고 전환을 예고했었다. 내년 11월쯤 있을 교육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특성화고는 마이스터고로 변신하고 있다. 2005년 원자력마이스터고로 변신한 평해공고에 이어 영천상고가 2017년 음식마이스터고로 탈바꿈한다. 이미 유수의 기업들과 양해각서를 체결,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도록 했다. 커리큘럼도 전문대 수준이라 자부하고 있다. 음식과 관련한 성분 분석, 비교 등 R&D 중심 학교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의 특성화고 확대 정책

이들 학교의 변신은 교육부의 특성화고 학생 비중 확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특성화고 학생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확대 정책의 바탕에는 특성화고 출신 학생 수요 증가가 있다. 2015년 기준, 특성화고를 비롯한 직업계고의 입학정원이 전국적으로 11만3천 명이었지만 특성화고 진학 희망 학생 수는 14만7천 명으로 수요 초과 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 수요 초과는 직업계고 탈락자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게 교육부의 특성화고 학생 비중 확대 정책이다. 진학 선택의 불균형을 맞춰보겠다는 것이다. 학교의 자발적 전환을 끌어내기 위한 지원금도 두둑하다.

경북도교육청 과학직업과 김정한 장학사는 "특성화고로 변신하려는 학교는 학교 운영 계획 등을 교육부에 제출한 뒤 채택이 되면 규모에 따라 최소 20억원을 지원받는다"며 "일부 학교는 어차피 자연적으로 학생이 줄고 있어 특성화고로 자연스럽게 변신하려 한다"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면 고사

이 같은 위기감은 전체 학생 수 감소에서 나왔다. 내년부터 경북에서 3천760명, 2018년에는 무려 3천500명, 2년간 7천300명 가까이 줄어든다. 통상 경북도 내 일반계고 1곳의 학생 수가 360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2년 새 20개 학교가 증발하는 셈이다.

특성화고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읍면 단위에 있는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는다. 군위정보고와 의성 다인정보고는 내년 2월 문을 닫는다. 현재 3학년 학생들만 남아 있다. 2년 전부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다. 신입생이 14명 이하일 경우 폐교된다.

이 밖에도 경북도교육청의 추이 예측 시뮬레이션에서는 특성화고 4곳이 2020년을 전후로 폐교될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영대 칠곡고 교장은 "현재 모습 그대로 학교를 유지하면 폐교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기회로 삼은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요구가 컸다. 매년 200명 가까이 특성화고를 찾아 외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신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해서 모두 바뀌는 건 아니다. 지난 8월 영주 선영여고는 특성화고로 바꾸려는 재단의 움직임이 무산됐다. 일부 학부모가 극렬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조리학교라는 특성화 방침을 세웠으나 미술 특기반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로 논의가 중단됐다. 미술 특기반 학생들이 졸업하는 2년 후 재차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육부 정책도 '무턱대고 전환방식'이 아니다. 절차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 특히 학생, 학부모, 교사, 동창회, 운영위원회, 이사회, 지역주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찬성률 80%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경북 북부지역의 한 고교는 특성화고 전환을 내부 논의 수준에서 끝냈다. 지난해 10월 이 학교는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경북항공고의 선례를 따라 특성화고로 변신하려 했다. 경북도교육청도 실사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교육부에 계획안을 올리기도 전에 없던 일로 마무리했다. 재원 마련 비용도 막대했지만 무엇보다 동문회의 반대 등에 부딪혔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신정숙 경북도교육청 과학직업과장은 "앞으로의 사회는 학벌보다 능력이 우선하는 시대다. 무엇보다 특성화고는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살려주는 곳이다"라며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명예 중심 사고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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