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품 30여점 일반에 공개
23일까지 기념 전시회 진행
"매년 봄가을 보름 정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서울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작품을 보기 위해 가슴 설레며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서 기다리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만큼은 안 되지만 학강미술관을 제2간송미술관으로 만들겠습니다."
김진혁 작가가 10일 40여 년 동안 수집한 고서화와 도자기 등으로 꾸민 '학강미술관'(대구 남구 이천동)을 개관한다. 학강미술관에는 김 관장이 수집한 2천여 점의 서화와 200여 점의 도자기 작품이 소장돼 있다. 조선 중기부터 근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특히 17, 18세기 영남지역 서화가들의 작품이 많다. 대구 출신 서화가 석재 서병오 선생의 작품은 생애 전반에 걸친 작품을 골고루 소장하고 있다. 학강(學崗)은 김 관장의 호다.
학강미술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상 마치다가 1920년대 중반에 지은 별장이다. 이 동네 태생인 김 관장은 1977년 선친이 주택을 구입하면서 이사 와 지난해까지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았다.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애썬 덕에 유럽과 일본식을 절충한 굴뚝과 일본식 붉은 슬레이트 지붕, 회칠을 한 벽, 삼나무 기둥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어릴 때부터 붓글씨를 배운 김 관장은 1971년 죽농 문하에 들어가 서화를 배웠다. "선생님이 서화 한 점을 주셨는데, 그때부터 서화에 관심이 생겨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돈만 생기면 작품을 구입했다"고 했다. 미술을 전공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작품을 팔면 서화작품을 수집했다.
그러나 서화 수집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자에 대한 조예도 있어야 하고 보관과 판독 등 일반 미술품 구입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어렵다"고 했다. 이제 김 관장은 서화에 대해 전문가를 뺨칠 정도의 조예와 식견을 가지게 돼 감정을 의뢰해올 정도가 됐다.
"어렵사리 구한 작품은 밤새도록 보고 또 봤습니다. 작품에 얽힌 역사를 상상하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새벽이 밝아오곤 했습니다."
10일 개관과 함께 '마치다-추사(秋史)와 석재(石齋)를 품다'전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는 추사 김정희 작품 10여 점과 석재 서병오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추사가 제주도로 귀양 가기 전인 50대 초반에 쓴 서첩(공자의 예기 중 예법과 도덕에 관한 내용)을 공개한다. 미술관은 봄과 가을에 보름 정도 일반인에 개방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대구경북 서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고서화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도 보기 힘들다. 뜻있는 분들과 이곳에서 연구, 분류 작업도 하고 책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또 내년 여름쯤 제주도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바람돌이 학강 아트하우스'도 개관 준비 중에 있다. 010-4811-4542. 개관 기념전은 23일(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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