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판박이' 대구 축제…단체장 치적 쌓기용 전락

초청가수·노래자랑 등 시간 때워…축제 기간 교통 혼잡에 시민불편

대구 각 구청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열고 있지만 대다수가 특색이 없어 '단체장 치적 쌓기'의 선심성 행사란 비난이 일고 있다.

2016년 기준 대구에서 열리는 구청별 축제로는 수성못 페스티벌(총 예산 4억원 이상), 비슬산참꽃문화제(4억여원), 금호강바람소리길축제(2억9천억원) 등 총 32개가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8개 축제의 경우 초청가수나 노래자랑 행사 따위로 시간을 때울 뿐 정작 지역 색깔이 없거나 시민들이 스스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판박이 축제도 문제지만 저예산을 핑계로 형편없는 수준의 축제가 의례적으로 열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7월 30일 서구에서 열린 아이스축제에는 거창한 이름에는 무색하게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와 '물총싸움'이 주요 행사로 치러졌다. 얼음동굴 체험행사장은 각얼음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놓은 게 전부였고 행사장 주변으로는 부채질하는 노인들만 줄지어 앉아 있어 평소와 분위기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평시에도 붐비는 장소에 축제가 열리면서 참가객 수나 성과를 포장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수성못이나 두류공원 일대는 대구의 대표적 주민의 휴식처지만 축제기간에는 오히려 교통 혼잡으로 일대가 마비되거나 시민불편이 신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작년 수성못 축제를 찾았던 신모(29'범물동) 씨는 "수성못은 이미 대구의 대표 명소인데 굳이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에서 축제까지 열어 홍보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두류공원 인근에서 치킨집을 하는 한 업주는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축제가 열리다보니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장사에도 타격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축제 전문가는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일수록 주제가 명확하고 자발적 주민 참여형태로 이뤄져야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2016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 퍼레이드에서 우승한 아사쿠사 삼바팀 단장 마츠시타(66) 씨는 "일본의 대표적 지방 축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발전시켜 결국 기업이 후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축제의 기본은 확실한 색깔인데 주관 단체가 그 부분만 명확하게 그려준다면 그 판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알아서 즐길 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정해진 기간 내 예산을 확보하거나 성과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 알맹이 없는 축제의 악순환를 부추긴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지역 축제 평가 연구원은 "관에서는 참가객 수나 경제효과 같은 결과를 바로 내놓아야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며 축제를 계획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이나 치맥축제와 같이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가 하나씩 성과를 내는 만큼 비슷한 테마의 소규모 축제를 통합하거나 협업하여 키워나간다면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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