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저소득층 위한 '근로장려금'을 중'고소득층에 지원한 정부

저소득가구에게 일정 소득을 보전해주는 '근로장려금'이 엉뚱하게 중'고소득층에게 지원됐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잘못 지원한 중'고소득층은 전체 수급자의 31.5%인 40만 가구에 달했고, 그 금액만 한 해 3천억원이 넘었다. 정부가 이렇게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데도,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니 더욱 한심하다.

2008년 도입한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가구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소득 재분배를 유도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핵심이다. 배우자 또는 부양 자녀가 있는 근로자'자영업자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맞벌이 2천500만원, 홑벌이 2천100만원, 단독가구 50세 이상에 1천300만원 미만) 및 재산(1억4천만원 미만) 요건을 갖춘 가구에게 지급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성)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2014년 수급자들의 소득 분포를 복지패널 조사응답 자료로 분석한 결과, 5분위 이하는 68.5%에 불과했다. 나머지 31.5%(38만8천 가구)는 소득 6분위 이상인 중산층 및 고소득가구로 추정됐고, 지원 금액은 3천34억원이었다.

이 같은 원인은 국세청이 파악한 소득이 실제 소득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고용주가 국세청에 자신이나 근로자의 소득을 적게 신고하면 국세청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이를 정확하게 밝혀내기 어렵다. 국세청이 개인사업자의 소득 파악을 제대로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사업자가 신고한 소득'재산을 근거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했으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일부에서는 근로장려금을 정부가 주는 '공돈' 정도로 인식하는 풍토가 만연했다.

정부는 2014년 지급 가구와 금액이 제도 도입 당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을 때 지급 방식, 대상자 선정 등을 정밀하게 개선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도 수급 대상자의 양심에만 맡겨놓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부 중'고소득층에게 '공돈'을 대주는 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가장 필요한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근로장려세제 전반을 검토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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