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정답은 '평생교육'이다. 안목단 씨의 건강하고 재미있는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1936년생으로 81세라고 하지만 호적에 늦게 신고된 탓이다. 실제는 두 살이 더 많은 1934년생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83세에 노인대학이 아닌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학부 4년제를 정식으로 졸업했다. 학점은 A도 있지만, 대체로 '비실비실'(B 또는 C). 중요한 것은 4년 동안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고, 과제물'시험도 최선을 다해 임했기 때문에 졸업의 기쁨은 컸다.
'어릴 적 배우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칠순이 넘은 나이에 달성군 화원읍에 위치한 한남중'미용정보고등학교를 다녔고, 4년 전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남대에 특별입학생으로 뽑혔다. 팔순의 나이에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학생들과 함께 잘 호흡하며 캠퍼스 생활을 했다. 비뚤배뚤 손글씨로 과제를 제출하기도 하고, 때론 서투른 한글 타자를 쳐서 숙제를 하기도 했다. 국어국문학과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는 '손편지'에는 그 나름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부터 진심을 담아 손편지를 써서, 받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데 재능이 있었다.
26세의 꽃다운 청춘에 군인인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비무장지대에서 전사), 자녀 셋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육영수 여사에게 미망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 한 통이 안 씨의 일생을 바꿔 놓았다. 육 여사와 지방자치단체'기업들의 후원으로 모자복지회'모자원을 1972년에 설립할 수 있게 되었고, 40년 넘게 모자세대의 일터에서 활기차게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설립자로 75세 나이까지 이 단체를 이끌었고, 자녀 셋은 모두 훌륭하게 키워 현재 미국'캐나다에 살고 있다.
"제가 태어날 때, 한 송이 목단꽃처럼 복실복실 예뻐서 옆집 선비가 '목단'(모란)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목단은 나비가 안 날아들 정도로 외로운 생(生)을 상징한다고 하더군요. 일찍 남편을 여의고 난 후, '내 이름대로 사는구나' 하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현재의 제 삶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자녀 셋을 키우며, 모자복지회'모자원에서 미망인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답은 컸다. 육 여사가 준공식 당시 직접 찾아와 응원해줬으며, 이후 5'16 민족상'국민훈장 모란장'대통령 표창 등 국가'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온갖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팔순 넘게 살아온 삶은 오늘이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됐지만, 이젠 추억일 뿐이다. 현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안 씨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을뿐더러, 팔순이 넘은 나이에 4년제 정식대학도 졸업했다. '전국 최고령 대학생' 타이틀도 갖고 있다.
주중에는 서예와 요가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갖고 있고,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며 '미각'의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다. "몸은 굳어서 유연하지 못하지만 요가를 배우고 있어요. 무엇보다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화를 내더라도 이틀 내에 다 풀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매사 맘 편히 먹고, 다리 쭉 뻗고 잘 수가 있습니다." 건강관리 비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안 씨의 대답이다.
그의 활력은 '걷기'에서 나온다. 달리기 선수로 전국체전까지 출전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타고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산책하듯 동네 주변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요가를 배우러 다닐 때도, 서예를 하러 출타할 때도 적당한 거리를 걸으니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 "잘 걷고, 잘 먹고, 잘 배우니 인생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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