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노트7 생산 중단…개선 실패? 설계 오류?

삼성전자 '회심의 역작' 두 달 천하로 끝나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발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발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회심의 역작'으로 내놨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의 생산을 출시 2개월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갤노트7의 기기 결함을 개선하는 데 결국 실패한 데다 단기간에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의 설계상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두 달 천하' 갤노트7, 외국 시장서 줄줄이 판매 중단

10일 현재까지 주요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진 교환품 발화 사례는 미국 5건, 한국 1건, 중국 1건, 대만 1건 등이다. 이에 더해 최근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2건의 추가 발화 사례가 제보됐으며 교환한 제품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발생한 1건은 한국SGS 시흥시험소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검사 결과 외부 충격이나 눌림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나머지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발화 사고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지난주말을 전후해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한 소비자는 삼성전자 대변인이 과실을 덮으려다 그에게 잘못 발송한 문자를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은 소비자에게 "지금 문자 받았다. 문제가 불거질 것 같다면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다. 아니라면 계속 그가 협박하도록 둘 수도 있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갤노트7 기내 발화 사고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 초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갤노트7에 대한 공식 리콜을 한 차례 발표한 CPSC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교환 제품의 재리콜을 발령하거나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중단할 전망이다. 시장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미국 4대 이통사는 모두 발 빠르게 갤노트7의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이통 3사는 여전히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북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제조품에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문제가 있고 이것이 소비자의 추가 피해를 만들 여지가 있다면 정부와 제조사(삼성전자), 판매사(이통사)는 제품을 즉각 전량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배터리 설계 결함 또는 완충 설계 잘못됐을 것" 의혹 나와

앞선 9월 리콜을 결정할 당시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결함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발화 사고가 처음 발생한 직후 지난달 2일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250만 대의 초기 제품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배터리 제조상의 문제가 있어 삼성SDI로부터 납품받은 제품 조달을 중단하고, 전량 중국 ATL에서 만든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배터리를 교체해 출시한 제품에서도 발화 보고가 잇따르자 삼성전자의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신형 갤노트7 역시 구형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안의 분리막에 문제가 생겨 음'양극이 접촉해 불이 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배터리 분리막을 잘못 설계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 한 배터리 제조업체 전문가는 "스마트폰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양극과 음극이 분리돼 있다. 그러나 분리막이 훼손되거나 이것이 너무 얇아 양극이 접촉하면 과전류가 흐르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일체형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한 삼성전자가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성능 향상에만 힘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외의 문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외장 케이스 설계를 잘못했든지 소프트웨어상 문제가 있든지, 여러 가지로 다시 처음부터 합리적 의심을 해 봐야 한다.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싸여 있는 제품인데 약한 충격에도 배터리에 손상이 간다면 소비자는 이를 안심하고 들고 다니기 어렵다"며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제품 단종 등 극단적인 조치도 언급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사태 수습과 판매 재개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CPSC의 공식 조치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삼성전자가 CPSC보다 먼저 갤노트7 생산을 중단한 것은 제품을 계속 판매하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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