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김제동의 허무 개그

군대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인 자리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군대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무용담이다. 1970년대의 '유신군대'든, 1980년대의 '민주군대'든. '군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 '요즘 군대'든 전역자들의 군생활 회고는 반드시 '고생'으로 모아진다.

이렇게 고생 얘기에 불이 붙다 보면 '펜대나 굴리던' 꽃 보직 출신은 주눅이 든다. 그래서 없는 얘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자도 전역 뒤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직접 들은 것이 아니어서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전역한 친구들끼리 군대 얘기하다가 공수부대 출신이 "나는 이렇게 고생했다"며 자랑을 늘어놓자 좌중 한 명이 "나도 공수 갔다 왔다"고 했다. 공수부대 출신이 물었다. "그래? 몇 공수야?" 대답이 걸작이었다. "8공수!"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런 부대는 없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공수부대 앞에 붙는 숫자는 모두 홀수였다.

개그맨 김제동의 '영창 개그'도 이와 비슷한 모양새를 띠어가고 있다. 4성 장군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13일간 영창을 갔다 왔다는 방송 프로그램 발언이 문제가 되자 김제동은 여러 가지 해명을 내놓았다. 제일 먼저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영창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15일 이하 군기교육대나 영창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해명이 꼬이는 것이 역력하다. 우선 '영창'이 '군기교육대나 영창'으로 바뀌었다. 군기교육대인지 영창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영창이든 군기교육대든 13일짜리는 없다. 군기교육대는 통상 2박 3일이다. 영창은 7일, 10일, 15일짜리만 있다. 그리고 영창은 기록이 남는다. 설사 기록이 없다 해도 영창 날짜만큼 복무 일수가 늘기 때문에 영창을 갔는지는 단박에 알 수 있다. 김제동은 1994년 7월~1996년 1월, 정확히 18개월간 복무했다고 국방부가 확인했다. 복무 일수로만 보면 영창은 가지 않은 것이 된다.

'웃자고 한 소리'가 맞다면 영창에 가지 않았다는 것인데 '13일 영창(또는 군기교육대)' 얘기는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영창에 갔다 왔다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 그런 간단한 대답을 못 할 만큼 김제동의 지능이 낮지는 않을 텐데 참 이상하다. 이것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영창 개그' 속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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