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분기 기회손실만 7천억"…위기에 빠진 이재용號

삼성전자 "갤노트7 단종"…국내외 250만대 갤럭시S7엣지로 바꿔주거나 환불 조치

11일 인천공항 출국장 수속 카운터 앞에 갤노트7을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기내에서 전원을 꺼달라는 국토교통부와 각 항공사의 안전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인천공항 출국장 수속 카운터 앞에 갤노트7을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기내에서 전원을 꺼달라는 국토교통부와 각 항공사의 안전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의 현황판에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가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갤노트7 판매를 중단한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동안 8.04%(13만5천원) 떨어져 시가총액에서 19조원이 증발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의 현황판에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가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갤노트7 판매를 중단한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동안 8.04%(13만5천원) 떨어져 시가총액에서 19조원이 증발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선언함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마저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실적 하락보다도 브랜드 가치 하락이 더욱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승계를 눈앞에 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이번 위기로 인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 차기작 영향 최소화 위해 조기 단종 선택

삼성전자의 갤노트7 판매 중단과 단종 선언은 잇따라 발생한 발화 사고의 여파를 조기에 차단, 갤럭시S8 등 차기작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기 단종에 따라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지난주말 미국의 버라이즌,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4대 이동통신사들과 베스트바이 등이 자체적으로 판매 중단을 결정한 점이 큰 부담이 됐다.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서 소비자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 주요 국가 규제당국이 리콜 등 강제 조치에 나서기 전에 사전 협의를 통해 제품 판매를 중단함으로써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과 함께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S8은 내년 2월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11일 삼성전자가 판매 중단을 선언한 갤노트7과 관련해 사용'교환'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또 국토교통부는 삼성전자의 갤노트7 전 제품에 대해 항공기 내 사용 제한을 권고했다. 국토부는 갤노트7 전 제품에 대해 ▷항공기 내에서 전원을 끌 것 ▷항공기 내에서 충전하지 말 것 ▷위탁수하물로 부치지 말 것 등을 권고했다. 항공사와 공항운영자에게도 이런 권고사항을 탑승객에게 안내하고 위탁수하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구입 갤노트7→갤럭시S7엣지로 교체

삼성전자는 이미 제품을 구입(국내 50만 대, 외국 200만 대 추산)한 소비자에 대해 13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환불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는 갤노트7에 대한 대체 휴대폰으로 갤럭시S7엣지(32GB'64GB)를 선정, 공지했다. 다른 기종으로의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최초 구매처(개통처)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출시 12개월 안팎 또는 출고가 기준 10만원 오차 범위의 모든 단말기도 대체 모델로 가능하다. 갤노트7 출고가는 98만8천900원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11일부로 갤노트7은 교환품과 기기변경 불가 모델로 선정돼 사실상 '단종'으로 통용되고 있다. 교환을 원하는 고객에게 갤럭시S7엣지를 비롯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모델로 바꿔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노트7을 믿고 사랑해주신 고객, 거래선, 파트너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생산 중단 피해' 우려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부품 생산 중단 등의 피해를 입을까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갤노트7에 포함되는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생산 중단 사실을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휴대전화용 반도체 부품과 주변기기 등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갤노트7 생산 일시 중단 관련) 기사는 봤지만 삼성전자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며 "재고를 많이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제품 출시 전에 재고를 다량 납품하고 이후에는 3, 4주치 정도의 재고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당장 입을 손실은 크지 않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갤노트7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 기술 개발에 크게 투자한 기업이나 갤노트7 전용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업체 등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 시험대 올랐다

이번 사태로 '이재용호'가 균형을 잡기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가 겪을 당장의 실적 악화보다 브랜드 가치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보다 브랜드 가치 하락이 뼈아플 것"이라며 "차기 제품을 내놓을 때는 (첨단기능보다는) 품질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갤노트7을 추가로 제작, 판매하지 못하는 데 따른 기회손실 비용이 올해 4분기에만 7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부품업계 전반에 도미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노트7 판매 중단으로 관련 부품업체들의 4분기 매출액이 예상치보다 5∼10% 줄고 영업이익은 10∼15% 감소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주요 부품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이미 평균 4.5%가량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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