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전 운영이 국민 신뢰 얻는 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핵연료를 몰래 옮기고, 유해 물질을 바다에 무단 방류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폭로됐다. 잇단 지진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때에 한수원이 수시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런 위험천만한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는 점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이 연상될 정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88년부터 2010년까지 23년 동안 울진 한울원전, 부산 고리원전 등에서 7차례에 걸쳐 손상된 핵연료봉 309개가 대전 한수원연구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손상된 핵연료봉은 30년 넘은 노후 용기에 담겨 이동됐다는 점에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원자력 관련 법률이나 한수원 내부 규정에는 손상된 연료는 운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한수원이 이를 알면서도 어겼다고 하니 도덕적 해이의 전형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고리원전이 손상된 핵연료봉을 고리 2호기에서 신고리 2호기로 옮겼다가 3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한수원과 발전 5사는 1만t 이상의 디메틸폴리실록산 함유 소포제(거품 제거제)를 바다에 무단 방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철우(새누리당)'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력발전소'원전 등에서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소포제 1만679t을 바다로 내보냈다고 했다. 소포제는 발전소에서 냉각수를 배출할 때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생기는 거품을 제거할 때 쓰이는데,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 손상과 태아의 생식 능력을 해치는 유해 물질이다. 법에 규정된 해양투기 금지 물질이며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진으로 원전 폐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원전 운영을 해왔다니 정말 걱정스럽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전 운영을 하더라도,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운 마당에 불법까지 자행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환경 의식조차 없는 한수원이 과연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수원이 조직 분위기를 혁신하지 않으면 신뢰 추락은 물론이고, 원전 폐쇄론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