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오전 6시 35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에 대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등재를 확정했다. 이날은 우리나라 최초로 역사 민속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날이다. 우리나라가 10번째 세계유산을 갖게 된 날이기도 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의안을 통해 ▷건축물과 정자, 서원 등 전통 건축물의 조화와 배치 방법, 주거문화가 조선시대 사회구조와 독특한 유교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적 성과물과 공동체 놀이, 세시풍속 및 전통 관혼상제 등 무형유산이 주민들의 생활과 신앙을 통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한마디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자연과 어우러진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세계적 재평가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500년 역사를 한결같이 이어온 전통가옥과 마을 입지, 씨족마을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다.
◆씨족마을이 보여주는 보편적 가치'진정성 지녀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5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마을이다.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경계했던 영의정 서애 류성룡의 고향 마을이다.
마을에는 종가와 양반들이 살았던 기와집들이 평민들이 살았던 단층의 작은 흙집과 초가지붕을 얹은 초가집들과 고불고불 끊길듯 이어지는 흙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잘 어우러져 있다. 여느 마을처럼 양반 집과 평민 집이 경계 없이 이웃해 지어져 있다. 또, 정자와 정사, 유교 서원과 서당 등이 마을 주변의 산과 나무, 마을을 휘돌아 감아 흐르는 낙동강의 경치와 잘 어우러져 17, 18세기 시인들이 시로 읊었을 만큼 아름답다.
이렇듯 하회마을에는 씨족 마을의 대표적 구성 요소인 양반의 가옥과 평민의 가옥, 공간 배치의 형식, 서당과 서원 등이 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시인 묵객들에게 영감을 주는 강과 숲, 산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경관이 하회마을의 상징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씨족 마을의 요소들이 보여 주는 보편적 가치는 가옥과 마을 배치의 우수성과 관련돼 있고, 주변 환경과 씨족 마을의 의식은 유교 전통에 의해 형성된 조선 시대 정치 체제와 문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마을에는 충효당과 양진당, 북촌댁 등 크고 작은 사대부 기와집과 초가 460동이 한 마을에 어우러져 있어서 '가장 한국적인 곳'으로 인정되고 있다. 국보 제121호인 하회탈과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유'무형 문화재가 고스란히 전승 보전되고 있어 학계는 한국 전통문화의 집적체라고 말한다.
하회마을보존회 류왕근(61) 이사장은 "한국의 역사마을로 지정된 480만㎡ 규모의 하회마을에는 지금도 126가구에 240명의 주민들이 초가 기와 고가옥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유일하게도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라고 부른다. 이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성과 형제간의 우애, 이웃 간의 상부상조 등 우리나라 미풍양속이 하회마을에서 만큼은 옛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지속가능한 보존과 발전 위한 계획'시행 필요
유네스코는 등재 결의안에서 "하회(안동)와 양동(경주)은 주거 건축물과 정자, 정사(精舍'학문과 휴식의 공간), 서원 등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와 그 배치법 및 전통적 주거문화가 조선시대의 사회 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지속돼 온 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문집 등 예술작품과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적'문화적 성과물과 공동체 놀이, 세시풍속 및 전통 관혼상제 등 주민들의 생활과 신앙에 관계된 무형 유산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하회마을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숙제도 남아있다. 등재 결의안에서 위원회 측은 "지속가능한 보존과 발전을 위해 마을과 주민의 수용 능력을 고려한 관광관리 계획을 수립'시행할 것" 등을 권고했다.
ICOMOS 한국위원회 이상해 교수는 "세계적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전통마을치고 개발 등으로 망가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마을의 세계유산 등재가 힘든 것이며, 유네스코나 ICOMOS 쪽에서도 까다롭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은 앞으로 원형보존을 비롯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공동체 활성화,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를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 체계 마련,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유산 보존관리 계획 수립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하회마을 보존관리계획 재정비, 문화재적 가치와 세계문화유산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복원과 정비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체계적 보존 방안을 위한 제도'법규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문화유산 보호조례(2004)를 제정해 하회마을의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또, 하회마을 종합정비계획(2002), 2016년까지 안동시 도시계획안(1998), 하회관광복합단지 개발계획(2003) 등도 시행하고 있다.
◆이중환 '택리지', 집'강'산이 한데 어우러진 길지
'하회는 하나의 평평한 언덕이 황강 남쪽에서 서북쪽으로 향하여 있는 마을로 서애의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황강 물이 휘돌아 출렁이며 마을 앞에 머물면서 깊어진다. 수북산은 학가산에서 갈라져 와서 강가에 둘러 있다. 모두 석벽이고 돌빛이 차분하고 수려하여 험한 모양이 전혀 없다. 그 위에 옥연정과 작은 암자가 바위 사이에 점점이 잇달았고, 소나무와 전나무로 덮여서 참으로 절경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길지 하회마을 경관을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황강은 하회마을을 흐르는 낙동강의 옛 이름.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싸고 있어 '마치 물에 뜬 연꽃 형상'의 명당이다.
하회마을은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기와집 100여 채와 초가집 130여 채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담장과 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처마를 맞대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양진당과 충효당을 비롯해 하동고택, 염행당, 양오당, 화경당(북촌댁), 작천고택, 빈연정사, 원지정사 등은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고택들이다.
마을 앞을 둘러치고 있는 만송정 솔숲과 휘돌아 흐르는 강 '하회'(河回),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고 선 절벽 부용대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의연히도 마을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용대 남쪽 기슭의 옥연정사는 류성룡이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6년 전인 1586년에 완공한 건물. 국보 제132호인 징비록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부용대 남쪽의 옥연정사와 북쪽의 겸암정사 사이에는 '서애 오솔길'로 불리는 400m 길이의 벼룻길이 빨랫줄처럼 걸려 있다. 류성룡은 옥연정사에 머물면서 아침저녁으로 이 길을 걸어 겸암정사에 있는 형 류운용을 찾아 문안인사를 드렸다 한다.
◆하회마을, 천만 관광객 도시 '안동' 이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하회마을과 유교책판 세계유산 등재에 이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봉정사,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대해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관철시켜 우리 유산이 세계인의 유산으로 그 가치와 품격을 드높일 수 있도록 세계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천만 관광객 도시 '안동'을 세계유산도시 하회마을이 이끈다. 하회마을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문으로 100만 관광객을 맞다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본격적인 100만 관광객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1998년까지 연간 40여만 명에 그치던 하회마을 관광객은 1999년 영국 여왕 방문으로 109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70, 80여만 명을 유지해오던 하회마을은 2010년 세계유산 등재로 108만 명을 회복한 이후 2011년 102만7천 명, 2014년 105만5천 명, 2015년 103만5천 명 등 100만 관광객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되고 있다.
특히, 경북도청이 지난 2월 하회마을 인근으로 이전해오면서 도청 신청사를 찾는 방문객들이 급증,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면서 무난히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시는 도청 이전을 관광객 유치의 기회로 삼아 신청사와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안동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하고자 주요 관광지 할인을 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경북의 심장부가 될 안동 풍천 갈전리 신도청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함께 삼각 축을 이루는 소산마을과 오미마을도 관광자원으로 개발된다. 신도청과 세계유산 하회마을이 안동 관광 거점이 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