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이 도청 이전지 인근 호명면 송곡리의 군유지 임야를 도청 공무원들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싼값에 매각했고, 이 땅이 농림축산식품부 국비 지원 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예천군이 수의계약으로 팔아넘긴 이 일대 임야는 군유지로, 군이 매각하기 전 20여 년 넘게 주민들이 군에 임차료를 주고 밭농사를 지어왔던 땅이었다. 주민들은 "군이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도청 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줬다. 도청의 감사든지, 수사기관의 수사든지,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년 반 만에 7배 뛰었다
지난해 3월 초 예천군은 호명면 송곡리 산 20-1과 산 21번지 내 2필지 임야 3만7천488㎡를 도청 공무원과 경찰관 등 공무원 34명에게 12억9천800여만원에 매각했다. 군은 이 과정에 농촌마을 개발사업 목적을 내세워 군유지 임야 입찰을 통한 공개 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면서 군의회의 승인을 얻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38조 1항 7호'에 따르면 농어촌 정비를 목적으로 생활환경 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 또는 공공이용시설 부지로 사용하게 될 재산에 대해서는 마을 주민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다.
송곡리 경우, 도청 공무원 등 34명이 사전에 조합을 구성해 예천군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천군은 조합원이 마을 주민은 아니지만 '향후 예천 주민 즉, 마을에 입주하게 될 예정자'로 자의적으로 폭넓게 해석했다. 그리고 사전 공고 없이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군은 이어 도청 공무원들에게 매각한 이 땅을 택지로 바꿔주기 위해 농식품부 신규마을 조성사업에 응모, 최근 농식품부로부터 14억원이 넘는 국비를 지원받아 현재 택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군의회는 주민 반발을 우려해 "군유지 수의계약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뒤늦게 매각을 승인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예천 부군수로 근무했던 경북도 A국장이 도청 공무원들에게 이 땅에 대해 설명하고, 행정 절차 진행과 군의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일대 임야 거래가는 군의 당시 매각 가격인 3.3㎡당 11만5천원보다 7배 정도 오른 3.3㎡당 7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천군의 특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하게 터져 나오는 직접적인 이유다.
주민 이모 씨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매각을 결정했다 해도 전체 도청 직원에 대해 공고를 한 것도 아니어서 절차적 하자가 너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천군 관계자는 "도청 이전과 함께 인구 유입 정책의 하나로 신규마을 조성을 하기로 하고 조합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누가 분양받았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송곡리 조합에는 경북도청 소속 공무원들과 안동경찰서 소속 간부 경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토지를 산 조합원 대다수가 공무원인 데다 도내 지자체 부단체장과 경북도 감사관실 직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천 호명면에 들어서는 송곡지구는 국비 14억여원을 지원받아 임야 3만7천여㎡를 개간, 마을로 조성하는 곳이다. 땅값이 7배 넘게 오른 현재 전체 부지의 시세 차익은 적게 잡아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조합 구성원 34명 중 29명은 경북도청 공무원이고 1명은 안동경찰서 간부 경찰관, 1명은 예천군 공무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원 확인이 안 된 3명 역시 공무원과 관계된 친'인척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신원이 확인된 토지 매입자 중에는 도내 부단체장 3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청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경북도청 감사관실 직원도 4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땅값 상승 가능성 등 신도시 조성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도청신도시본부, 건설도시국, 환경산림자원국 등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을 보면 4급 공무원 4명, 5급 9명, 6급 12명, 7급이 4명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상당수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예천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이 몽땅 조합원으로 참여한 송곡리 조합 구성은 몹시 특이하다. 경북도 내 다른 신규마을 조성사업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예천군은 물론, 경북도 내 다른 신규마을 조성사업과 비교할 때 다른 곳은 지역민들이 토지를 사들여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송곡지구만 인근 주민이 아닌 대구 등에 주택을 두고 사는 공무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경북도 내 유일의 '공무원만 참여한 신규마을'이라고 경북도는 뒤늦게 인정했다.
한편 이 조합의 조합원 모집 과정을 살펴본 결과 조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공무원들이 구두로 전달하며 조합원을 모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도청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혜 아니라는 공무원들
논란이 불거지자 조합에 가입한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합에 가입한 공무원 대다수는 "그저 전원주택의 삶을 꿈꿨을 뿐인데 한순간에 예천 군민들은 물론, 많은 도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도 했다.
송곡지구 한 조합원은 "동료로부터 '예천군이 인구 유입을 목적으로 신규마을을 만드는데 참여하겠느냐?'라는 제안이 들어와서 아무 생각 없이 참여했다. 개발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특혜 논란이 생길 만한 소지가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당혹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인 B부단체장도 "2014년 말 건설도시국 직원 3명이 '도청이 이전하면 살 집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합 가입을 권유하기에 가입했지만 조합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은 없다. 이렇게 비난을 살 줄 알았다면 대출까지 받아가며 조합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송곡지구 조합 측은 12일 공식 해명에 나서면서 "억울하다. 공무원이 산 땅의 가격이 뛴 걸 두고 부정적 시선을 가질 수 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합장인 C씨는 "예천 군민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군의 인구 유입책에 따르면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위법성 여부를 따져가며 일을 진행했는데 이런 의혹이 일어 몹시 유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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