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에서) 못 이기면 제가 제일 먼저 (한강에) 빠져야 할지 모른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강 투신' 발언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압축해 보여줬다. 정치를 경쟁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삶의 게임'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죽음의 게임'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돈과 지식과 인품 등 자신의 모든 자산을 걸어도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게 선거임을 감안하면 그런 결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내면의 다짐으로 머물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는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권력 쟁취의 검투장으로 타락한다.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표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가 정치를 보는 눈이 이 정도라면 다음 대선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보나마나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살벌한 투쟁이 될 것이다. 그런 싸움에서 진 패자는 다음 선거에서 똑같이 죽기 살기로 달려들 것이다.
두 번이나 정권 탈환에 실패한 더민주로서는 차기 대선 승리는 절박한 과제다. 패배하면 당의 해체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강 투신' 발언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소리는 "나를 찍어주지 않으면 죽어 버릴 거야"라는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순화'해서 들으면 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대권 주자라면 대선 승리가 아무리 절박해도 그런 극단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에겐 중요하지 않게 보여도 자신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문 전 대표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 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부정적 파급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한강 투신' 발언은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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