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명절이면 찾아뵙고, 갈 때마다 용돈을 주는 존재는 아닐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부모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흔치 않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핵가족화가 있다. 급속한 핵가족화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 손녀들을 할매할배의 품에서 앗아갔다. 세대는 단절되고 밥상머리에서부터 이뤄졌던 인성교육도 빛을 잃었다.
이에 경상북도는 우리 조상이 손주를 교육했던 그 지혜를 인성교육에 활용하고자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조손 관계 회복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를 바른 품성을 갖춘 인격체로 기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할매할배의 날은 어떻게 운영하는 게 효과적일까?
◆양로원 속의 유아원
205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20억 명에 이르고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100세인 사회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래서일까? 세계 각국에서 격대교육과 관련된 변화의 움직임이 불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양로원과 유아원을 병설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유로복합시설(幼老複合施設)이라고 부른다. 이런 시설의 증가는 노인 인구의 급증과 한편에서는 출생률의 급감에 따른 유아원에 대한 수요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애틀의 세인트 빈센트 양로원도 시설 내부에 유아원을 부설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노인과 어린아이의 교류가 노인에게 정서적 풍요를 주고 있어서다.
일본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시도가 당장에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그대로의 의미도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격대교육의 활성화와 진정한 격대교육의 발견 등 격대교육을 사회적 차원에서 되살리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격대교육 열기가 뜨겁다. 중국 격대교육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면 손주를 가르치기 위한 학원 광고가 많이 나온다. 학원에서는 분유 타기부터 기저귀 갈기까지 기초 실습부터 응급상황 대처 요령, 아기 마사지 등 다양한 내용을 가르친다. 한 자녀밖에 없는 중국에서 손주를 향한 할매할배들의 사랑이 남다른 까닭이다.
◆할매할배의 날, 현장에서는 어떨까?
'양로원 속의 유아원'과 같은 격대교육 바람은 대구경북에서도 불고 있다. 바로 할매할배의 날이다. 운영 2년째인 올해 현재 할배할배의 날은 어떤 모습일까?
2014년 경북은 100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많은 경북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2014년 '할매할배의 날'을 조례로 제정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온 가족이 조부모님을 찾아뵙고, 이를 통해 조손이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경북도는 경북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등과도 연계해 '할매할배의 날' 운영을 정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숙제 없는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거나 직접 찾아뵙는 과제를 낸다. 또 대구의 학교는 매년 10월을 '효의 달'로 정해 할아버지'할머니와의 추억, 함께한 경험 등을 주제로 '체험수기 쓰기 대회'를 한다.
하지만 구체화된, 세부적인 운영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교육 현장 일선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노모(33) 씨는 "기존에는 아이들에게 가족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부모와 자기 세대 등 2대만 그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할매할배의 날을 통해 가족의 범위가 조부모까지 확장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할매할배의 날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이 더 큰 스트레스다. 아이들이 조부모님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할지 아이디어를 내는 게 고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도 잘 짜인 커리큘럼이 있으면 현장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화목한 가족 발굴, 손주'할매할배 콘서트, 조부모 교육 시범마을 운영, 조부모에게 편지쓰기 등의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실천방안 등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전통의 효 문화와 할매할배의 날을 연계'발전시켜 나갈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
할매할배의 날이 바람직한 격대교육의 기준이 되려면 어떻게 실천하는 게 좋을까?
학교, 학급, 교과수업 시간을 활용해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일상에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학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조부모, 지역 어르신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학교 행사와 일과에 어르신을 동참케 하는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조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로켓 발사대회, 과학상자 조립대회 외에도 조부모에게서 배우는 '전통과학의 날'을 마련해 '양잿물로 비누 만들기' 등을 학생들이 접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또 명절이 있는 달에는 '전통놀이 체험의 날'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조부모를 초대해 제기나 연을 만들어 옛 놀이를 함께 즐긴다면 그 과정에서 할매할배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예절, 연륜에서 오는 삶의 지혜는 덤으로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학교 공개의 날'에 조부모도 초대해 손주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지켜볼 기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인위적인 행사 외에도 일상의 경험이 큰 교육이 될 수도 있다. 조손 간 일상에서 서로 주고받을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계속 연결되면 소통이 되고, 결국에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 이슬(28) 씨는 "어버이날 부모님께만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조부모에게도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게 한 적이 있다. 그때 어르신들이 어리다고만 생각한 손주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쓴 것에 벅찬 감동을 느끼고 답장에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보냈다"며 "이처럼 일상에서 조부모'손주 사이에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워주는 게 격대교육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 전문가들은 할매할배의 날이 일상으로 파고들어가 ▷조부모님께 문자 쓰는 법 가르쳐 드리기 ▷함께 캠핑하기 ▷시골에 가서 일손 도와 드리기 등 조부모와 사랑을 체험하고 소통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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