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불통과 국민 불신

박근혜정부의 불통(不通) 행보가 굳건하다.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청와대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정부 대응은 '비방과 미확인 폭로'란 입장에서 한 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이런 재단을 설립했다고 보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을 통해 미르나 K스포츠 등과 같은 용어는 아예 언급하지 않은 채 '비방' '폭로' 등의 표현을 통해 청와대를 겨냥한 의혹 제기를 무시하거나 비켜가고 있다. 야권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해 언제까지 나 몰라라 할지 모르겠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 발표도 마찬가지다. 국방부와 박 대통령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부동의 최적지로 적시한 '성주 성산 포대'가 79일 만에 '롯데골프장'으로 바뀌었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북핵과 미사일 등의 위협 아래 '사드 배치 반대' 자체가 국민의 한쪽 의견이 아니라 '매국'으로 낙인찍힐 판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태도도 요지부동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제도를 만들어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한 우 수석에 대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검찰을 총괄하는 역할은 그대로 맡겨 놓고 있다. 비상식적이고 해괴한 모양새다.

우 수석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근거 없는 정권 흔들기'로 일찌감치 선을 그어 놓았다. 검찰이 대통령의 판단을 뒤엎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 입장도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경찰 총수의 말과 정부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정부는 불법 시위, 정당한 공권력 행사란 점을 강조한다. 설사 불법 시위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생명을 존중받을 권한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위 과정에서 공권력이 시위 참가자를 숨지게 할 권한은 없다. 과잉진압에 따른 사망에 대해 정부는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뜨거운 현안에 대해 어느 하나 속시원히 해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갈수록 국민 불신과 레임덕을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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