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멘터리 상영과 관련해 2년째 표류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개막식에 유명 감독과 배우가 많이 참석하지 않아 활력을 잃었다. 영화인 단체들 일부가 보이콧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썰렁했던 개막식 이후 다시 숨을 불어넣은 건 배우 이병헌이었다. 그는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준비한 오픈 토크 첫째 날 주인공으로 나서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비교적 한산했던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이 한국팬은 물론, 일본 팬들로 꽉 찼다.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인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사생활 논란이 있었으나 이병헌은 연기력 하나로 재기에 성공했다. 영화 과 등에서 보여준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지배적인 평가를 들었다. 이병헌은 "기분이 정말 좋은 표현"이라고 미소 지으며 "'내가 얼마나 오래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만큼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그 수식어를 오랫동안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을 '인생작'으로 꼽은 그는 "매 작품이 서로 다른 이유로 소중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이 영화"라며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그 영화로 인해 할리우드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의 스톰 쉐도우 역을 시작으로 최근 의 빌리 락스 역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병헌은 "할리우드 무대는 공식적으로는 도전이라는 측면이 크다"면서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게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1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셨을 때 엄청난 영화광이셨다. 어린 나를 무릎에 앉히고 와 등을 보시곤 했다. 그런 아버지가 내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걸 보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이제껏 제가 경험한 것을 어디선가 보신다면 자랑스러워해 주실 것 같다."
이병헌은 에서 히트한 애드리브 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하자"와 관련해 "사실 난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다. 애드리브는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의도를 망칠 수 있는 탓"이라며 "이번엔 특이한 경우다. 캐릭터가 다 세서 쉼표 같은 지점이 필요했는데 시나리오를 바꿀 수는 없어서 현장에서 그때 그때마다 상황에 맞춰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병헌은 속편 제작과 관련해서는 반대의 뜻을 넌지시 밝혔다. 그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시류를 반영하는 것 같다"며 "범죄영화 장르가 많은 건 그만큼 사람들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장르를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속편은 배우 입장에선 좋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찍으면 안 될 것 같다. 따뜻한 휴먼 드라마나 코미디가 사랑받는 세상이 오고 거기에 맞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들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조금 더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아직 아들이 너무 어리다. 영화를 처음 보여주기 위해선 제한되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첫 번째로 보여줘야 할 영화가 가 아닐까"라고 답해 사람들을 웃겼다.
"아직 TV를 보면서 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관에 데려가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다. 영화가 뭔지 알고,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틈만 나면 데려가지 않을까 한다. 영화광이었던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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