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캠프워커 인근에 사는 A씨는 지난 11일 옥상에 올라갔다가 담 너머 미군부대 지반이 A씨 집 지붕까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군이 캠프워커 헬기장 부지를 대구시로 반환한 뒤 새 헬기장을 서편으로 옮겨 지으면서 헬기장 바닥을 캠프워커 담 높이와 비슷한 2.4m로 높여 공사한 것이다.
헬기 소음으로 수십 년간 고통을 받아오다 헬기장 이전으로 한시름 놓았던 부대 인근 주민들은 높아진 헬기장으로 또다시 반발하고 있다.
주민 A씨는 "이 동네에는 전부 단층집만 있는데 담 너머 미군부대 도로가 지붕 위로 생긴다면 차들이 머리 위로 달리고 비나 눈이 올 때는 지대가 낮은 주택가로 물이 다 쏟아지지 않겠느냐"며 "노인들만 살고 있으니 협의 없이 저런 공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공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는 미군 측 설계 도면에 맞춰 시공했는데 지반이 주택 천장까지 올라오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사는 중단됐고 조만간 헬기장 바닥을 현재 절반 높이로 낮추는 재공사가 시작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민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공사를 중단한 상황이며 미군과 협의를 통해 헬기장 지반을 1.2m로 낮추는 재시공을 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대구시 협의를 통해 헬기장 지반 재조정안에 동의는 했지만 헬기장 인근 주민들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다.
헬기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년간 지루한 투쟁을 진행한 결과물로 헬기장 이전을 받아냈는데 신설 헬기장 공사가 인근 주민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때문이다.
주민 B씨는 "미군이나 국방부가 헬기장 소음 문제로 주민들이 수십 년 피해를 봐온 사실을 알면서 왜 애초에 공사를 저런 식으로 해서 또 문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문제가 터지고 나서 해결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주민들과 협의가 없었던 점이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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