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녀온 석유화학업체 퇴직자 부부들이 탄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도 운전 부주의와 도로안전 관리 부실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로 드러났다.
13일 오후 10시 11분쯤 울산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경주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불이 나 전소됐다.
이 불로 운전기사와 승객 등 탑승자 20명 가운데 10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숨졌다. 나머지 10명은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버스 승객들은 모두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한화케미칼 퇴직자 부부로, 희생자 연령대는 5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버스 조수석 쪽 타이어가 갑자기 파열되면서 차체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콘크리트 분리대를 들이받으며 200여m를 질주한 탓에 마찰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로 밝혀지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유일한 탈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비상용 망치를 쓸 수 없었고, 비상구도 따로 없었다. 소화기 1대로 창문을 깨고 일부 승객은 탈출했지만, 이 역시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화재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운전 부주의도 이번 사고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버스기사 이모(4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가 무리한 차로 변경 등 안전운전을 소홀히 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6년간 전세버스 교통사고는 매년 1천100~1천200건에 달한다. 2013년 이후는 해마다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연간 사망자만 40명으로 도로 사고 10건 가운데 8건이 운전 부주의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는 1990년 이후 발생한 전세'고속버스 사고 중 6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냈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2001년 7월 24일 진주 고속버스 추락사고로, 승객 등 18명이 숨지고, 22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이처럼 대형 버스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안전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스 내 별도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비상탈출용 야광 망치를 비치해 누구나 쉽게 찾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전세버스 이용이 급증하는 단풍 행락철을 맞아 안전사고에 대비한 비상 장비 구축과 안전운행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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