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업자 3명 중 1명인 31만명,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고용 한파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업자 3명 중 1명은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하루 2, 3시간 일하거나 일주일에 서너 차례 근무하는 초단기 근로자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기준 대졸 실업자 역대 최대 '31만5천 명'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실업자는 모두 98만5천 명이었다. 이 가운데 32%인 31만5천 명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로 집계됐다. 대졸 실업자 규모는 3분기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3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3분기 전체 실업자는 133만2천 명으로, 이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는 12.1%인 16만1천 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우리 사회의 고학력화가 급속히 진행된 영향에 대졸 실업자의 비중도 덩달아 상승했다. 2005년 15.3%였던 대졸 실업자 비중은 2008년 20%대(20.5%)를 넘어선 뒤 2015년(28.8%)까지 꾸준히 올라 올해 30%를 훌쩍 넘었다.

전문대 졸업자까지 포함하면 3분기 전체 실업자(98만5천 명) 중 대졸자(43만8천 명) 비중은 44.5%에 달한다. 실업자 2명 중 1명이 최소한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을 보유한 것이다.

이런 고학력 실업자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졸자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 대졸자를 비롯한 전체 실업자가 미스매치를 겪고 있다.

9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p) 상승한 3.6%로, 역대 9월 기준으로는 2005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률 역시 1.5%p 오른 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와 대학의 시대착오적인 교육정책이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ybs0****'는 "선진국 어느 국가든 고학력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상은 비슷하다. 이제는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춰 특성화되지 않으면 평범한 지식인들을 양산하는 공장 꼴을 못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포털 이용자 'newa****'도 "대학 진학률이 20%대에서 지금은 거의 100%인데 일자리는 좋은 자리는 안 나고 일용직이나 뽑으니 당연하다"며 정부의 교육'고용정책에 원인을 돌렸다.

구직자들의 인식 전환을 주문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rjae****'는 "눈만 낮추면 자리 남는 곳 얼마든지 있다. 대학만 나오면 다 좋은 데 가려고 하니 그런 거지. 본인의 실력을 인정하고 낮은 곳에서 경력 쌓으면서 시작하면 얼마든지 취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졸 출신이라고 밝힌 'rlad****'는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으로 취직했다.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발버둥치는 친구들을 보면 현재 32살 친구들 백수 여러 명 있다. 지금쯤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눈을 아래로 낮출 때"라고 말했다.

◆초단기 일자리 등 '나쁜 일자리', 실업률 키운다

초단기 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도 악화하고 있어 실업률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취업시간별 취업자' 자료를 보면 일주일 근로시간이 1∼17시간인 취업자는 올해 3분기 기준 134만3천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만1천 명 늘었다. 1~17시간 취업자 규모는 2011년 3분기의 154만 명 이후 가장 많았다. 일주일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일자리는 하루 근무시간이 짧거나 일주일에 3, 4일만 근무하는 형태다.

최근 들어서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 속도는 상당히 빨라졌다. 올 3분기 전체 취업자가 1.2% 증가하는 동안 초단기 근로자는 이보다 더 큰 폭인 7.2% 늘었다. 앞서 올해 2분기에도 초단기 근로자는 4.4% 늘어 전체 취업자(1.1%)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초단기 취업자는 지난해 2분기(119만9천 명)부터 6분기 연속 늘어나 1년여 만에 130만 명을 돌파했다.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2012년부터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을 이끌어내고자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한 결과다.

그러나 불경기에 사업체 운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큰 상용직을 고용하는 대신 필요한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고자 아르바이트생을 늘리면서 비자발적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불경기가 닥칠 때마다 초단기 근로자는 뚜렷이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4분기엔 초단기 근로자가 1년 전보다 22만6천 명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4분기엔 14만3천 명의 초단기 근로자가 더 생겼다.

문제는 초단기 근로자의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런 초단기 근로자는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된다. 실제 실업률과 통계상의 실업률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현재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만족해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는 구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나쁜 일자리가 늘면 수치상 취업률은 늘지만 금세 실업자 증가로 이어져 통계상 취업률과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경기 부양,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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